<밖을보자>8.環西海경제권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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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92년 봄 中國의 최고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의 大號令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中國경제의 개혁.개방정책은 西海와 渤海연안을 출발,맹렬한 기세를 보이며 내륙으로 달음질치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대담한 변신을 지시한 鄧小平의 命에 따라 중국정부는 서방의 기술.자본을 도입하기 위해沿海지역을 중심으로「경제특구」「경제기술개발구」등 공단을 설립했다.그리고 이제 그 개방경제의 열기는 중국 내륙에 까지 달구고있다. 중국 遼寧省의 주요 도시 瀋陽은 개방경제의 선두주자로 한 걸음 달아나 있는 서해연안의 중공업도시 大連으로부터 4백㎞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다.
『우리 瀋陽은 大連에 비해 출발은 늦었습니다.그러나 다른 어느 경제특별구보다 뛰어난 투자환경을 조성해놓고 있기 때문에 곧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인구 6백50만명으로 중국 제4의 대도시이면서도 내륙에 위치해 있다는 단점때문에 개발 우선순위에서 다소 뒤처진 瀋陽의 특별구관리위원회 부주임 장리(張力)씨의말속에는 중국 각 도시간의 개발을 둘러싼 라이벌 의식까지 엿보인다. 瀋陽市는 環서해경제권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日本의 자본.기술을 주목하고 있다.특히 서해안에 접해있으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후쿠오카(福岡)진출을 노리고 있다.
후쿠오카縣의 현관인 기타규슈(北九州)港은 지금의 교역량으로만봐도 環서해경제권 시대의 주요 물류기지화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2년 이 港을 통해 들어온 국별 수입액은 전체 4천3백83억엔 가운데 韓國과 中國이 차지하는 비중이 33.3%나 된다.국별 수출액도 총5천4백2억엔 가운데 10.4%를 차지하고 있다.
기타규슈港만 놓고 볼 때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은 수입 6.5%,수출 22.6%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최대 경제파트너 美國을 이미 능가하는 수준이다.
瀋陽의 對일본 접근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瀋陽市가 전액 출자해 후쿠오카에 설립한「안테나 숍」瀋陽물산유한회사다.안테나 숍이란 큰 사업을 앞두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여는 「실험 상점」.
후쿠오카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약 10㎞ 떨어진 작은 해안마을의 3층짜리 흰색 건물에 자리잡은 후쿠오카 瀋陽물산유한회사는 직원이라고 해야 고작 5명밖에 되지않는「미니회사」지만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의 폭은 머잖아 찾아올 거대한 環서해경제권을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 천췌(陳確.38)사장은 瀋陽市 경제담당 공무원이면서본격적인 對日교역을 위해 일본에 기업을 설치,사장자리에 앉아있다.그들 말대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陳사장은 지역간 경제교류에 앞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할 일은 서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교류이며 瀋陽물산은 이를 위해 설립된 회사임을 강조하고 있다.그가 밝힌 이 회사의 주된 업무는 크게세가지. 첫째는 瀋陽의 특산물을 일본으로 수입해 도매상에 파는일과 기계류.전자제품등 중국이 필요로 하는 일본 제품들을 물색해 소개하는 무역중개업무다.
두번째는 지난 92년12월 이 회사 1층을 단장해 개점한 아담한 중국 레스토랑의「먹거리 사업」이며,세번째가 가장 중요한 中日간 정보센터로서의 역할이다.
일본과의 무역을 희망하는 瀋陽의 기업은 대부분 이곳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으며 瀋陽에 진출하려는 일본 기업 역시 이곳을 통하고 있다.
瀋陽市는 이러한 교역사업 뿐만 아니라 기술도입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월8일 후쿠오카縣 이즈카(飯塚)市의 고용촉진사업단 이즈카 기술개발센터(오쿠라 마사노부 소장)에서 실시된 배관기술 연수다.瀋陽市는 일본의 선진배관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일본의 국제연수협력기구(JITCO)가 실시한 연수에 배관경력 5년이상의 경력자 9명을 파견했다.
형식상의 절차로는 瀋陽市가 日中우호협력회에 정식 요청하며 이연수가 이뤄졌지만 배후에서「瀋陽의 안테나」가 작동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 각 도시의 경제담당 책임자들은 일본이나 한국의 자본.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저없이 밝힌다.
경쟁이야말로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란 인식 때문이다.
環서해경제권을 준비하는「아시아의 공룡」중국의 손발은 열정적이고 경쟁적으로 움직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알아볼 것은 알아보고 두드릴 것은 두드려가며 차근 차근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해가는 이들의 모습은 언젠가 엄청난 일을 도모할 것만 같은 무서운「만만디」의 저력으로 느껴진다.
〈金國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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