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물도 안심못해-공장폐수.생활하수로 곳곳서 악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春川.忠州.龍仁.淸平=李燦昊.安南榮.鄭燦敏.李哲熙.全益辰기자]한강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상류의 남한강이나 북한강 주변에 산재한 도시와 공장,축산단지에서 내뿜는 생활하수.폐수가 처리되지 않은채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1천8백만 수도권 인구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이 2급수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13일 본사취재팀이 팔당상수원인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를 현장취재한 결과 곳곳에서 한강이 병들고 있음이 목격됐다.
음성.동진.석문.충주천의 물을 받아 충주로 흘러드는 달천강이남한강 본류와 만나기 직전인 충주시봉방동 일대 하천.
충주호 바로 아래 지점인 이곳의 강물은 축산폐수와 충주시내 생활하수,충주공단의 공장폐수등이 뒤범벅돼 시커먼「죽음의 물」로변해 군데군데 기름띠를 형성한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전혀 처리되지 않은 분뇨가 옷가지.스티로폴등 각종 생활쓰레기로 오염돼남한강으로 흘러들고 있는 이곳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20PPM을 넘어 아무곳에도 사용할수 없는 상태다.
인근 주민 金學燦씨(45.농업)는『어릴적 멱을 감던 곳이 이제는 농업용수는 커녕 극심한 악취로 접근조차 꺼리는 死川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팔당상수원 특별대책지역인 경기도용인군포곡면유운리 용인하수종말처리장 앞 폭 50여m의 경안천 주변도 마찬가지.곳곳에 아이스박스.폐비닐 등이 시커먼 강물에 흩어져 극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축산및 공장폐수가 곧바로 유입되는데다 하수처리장과 7백여m,경안천과 10m 떨어진 곳의 쓰레기매립장에서 흘러 나오는침출수를 방지할 차수벽도 없다.
가장 오염이 덜 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강도 이제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설악산.오대산.민통선 북방 등에서 발원한 북한강에는 인제읍 1만여t,양구읍 6천여t,화천읍 4천여t,춘천시 석산.퇴계동 일부와 춘천군동내면 2만여t등 하루 4만여t의 처리되지 않은 생활오수가 그대로 유입된다.
북한강 상류의 소양댐은 가두리 양식으로 인해 수질이 계속 악화돼 최근들어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부영양화로 인한 청조현상과 함께 때때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커먼 버섯띠 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보다 하류인 남양주군 일대(팔당호 상류 10 ㎞ 지점)에는 20여개의 러브호텔과 30여개의 유원지 등에서 하루종일토해내는 생활하수로 강물이 잿빛으로 변하는 등 북한강 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가평.양평.이천등 팔당상수원 특별대책지역인 경기도내 7개군의 하루평균 오.폐수 발생량은 13만4천여t이지만 하수처리용량은 5만7천여t에 그쳐 팔당호 수질을 계속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경기도가 92년 팔당상수원 주변 1백80개 폐수배출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91.6%인 1백64개 업체가 기준치를위반한 폐수를 방류한 것으로 밝혀져 한강오염의 무방비 상태를 실감케 해주고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