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계뛰는서울>2.경제.문화기반 다져야 재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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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에 개방화.국제화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세계의 중심축이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 오는 시대적 조류와 맞물려 서울의 개방바람은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화의 지표라 할 다국적 기업들과 세계금융계를 주름잡는 굴지의 은행들이 서울에 잇따라 지점과 사무실을 내는등 부산한 움직임에서 서울 바람을 피부로 느끼게한다.
과거 유럽과 미국.일본의 소수 대도시에만 포진,세계 각지에 산재한 지점들에 명령과 통제기능을 수행해온 다국적 기업과 거대은행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은 세계 5백번째의 손가락에 꼽히는 기업도 갖지 못했다.
겨우 80년들어 국제화된 다국적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해 80년 6개,88년 9개의 국내 대기업이 5백대 기업으로 美경제지포천誌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서울은 세계 7위의 다국적 기업 본사를 보유한 도시가 됐다. 은행의 경우 80년대초 세계 2백대 은행그룹에 신탁은행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80년대 후반에는 3개로 늘어났고,현재는 세계 13위의 은행보유도시가 됐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아직까지는 동경.오사카보다 훨씬 뒤져있으나 시드니.홍콩은 이미 제쳐 이 지역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과 은행의 국제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사회간접자본.정보통신과 항공교통의 흐름도 서울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과거 정보통신과 항공교통은 유럽등 대서양 국가들이 주도해 왔으나 최근 亞太지역이 급부상하면서 서울이 이 지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개방.국제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항공수송량은 62년 3만8천여명에서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급증,그해 한햇동안5백42만명이 한국을 오가는 등 눈부신 증가속도를 보였다.
그러나 동경.홍콩.싱가포르.타이베이에는 역시 뒤져있는 실정.
서울의 위치가 아직은 국제공로의 요충지에서 한발 벗어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열리고 남북이 통일되면 서울은 대륙으로 통하는관문으로 급부상할 전망.
정보분야도 괄목할만한 신장을 보여 국민 1인당 정보 공급량이세계 11위를 기록,아시아 1위인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게다가 과거 미국.일본.유럽등 고임금 국가로 이주했던 고급 내국인 노동력이 비교적 임금이 비싸진 서울로 되돌아 오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은 하루가 다른 산업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국가들은 로스앤젤레스와 동경을 축으로 서울.홍콩.싱가포르.시드니.타이베이등 각국 수도들과 연결되어 있고 이들도시들은 태평양시대를 선도하는 주요 거점들로 등장하고 있다.
또 무역.통신.기업.은행등 각 분야에서도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울은 이들 도시중에서도 특히 단기간에 도약한 도시로 꼽힌다. 장차 한국의 수도로서뿐 아니라 세계도시로서 이 지역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할 것이 예상되는 서울에는 국제화.개방화의 바람이 구석구석에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세계면적의 30%,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규모도 유럽의 두배에 육박하는 거대블록이다.
『앞으로 중국의 만주나 러시아의 시베리아를 개척하려면 자연히서울을 거쳐야 합니다.서울이 동경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유리하지요.현재 동경.홍콩에 집중된 항공교통망의 중심축도 결국 서울로옮겨올 겁니다.』 安淸市서울大교수(정치학과)는『서울이 앞으로 얼마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을 가지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고,주저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백년전 甲午更張의 대개혁 물결에 내던져졌던 때와 너무나 흡사한 세기말의 대전환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당시 개혁에 실패했던 우리의 운명은 모두가 뼈저리게 체험했던대로다. 『1백년전 한민족은 국제화에 눈을 못뜨고 개항을 강요당했습니다.그후 우리보다 먼저 국제화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고, 이어 2차대전에 휘말렸지요.독립도 타의에 의해 이뤄졌습니다.그리고 유일한 지구의 남북분단….』 ***마음의 장벽 열어야 安교수는『지난 1백년 한반도의 고통스런「이력서」는 앞으로 1백년간「전진이냐,퇴보냐」를 가름할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숨막히게 급변하는 세계속에서 광풍처럼 몰아치는 새로운바람에 도전하는 서울은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
3면은 바다,위로는 북한과 중국의 이념울타리마저 쳐진데다『로스케』『되놈』『왜놈』하며 스스로 마음의 장벽까지 높이 쌓고 지금까지 섬나라처럼 살아온 한반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단일민족적 차원의 국가의식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를 세계시민으로 만드는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金文煥서울大교수(미학과)는『폐쇄된「시골도시」서울이 국제도시로 약진하기 위해 우선 급한 것은 매력있는「경제도시」로서의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말해 안팎의 투자를 계속 유치해 시민들에게 일할 수 있는직장을 제공하는 터전이 되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인들도 살기 싫어 떠나고 싶어하는 도시가 돼 버린서울-. 교통체증.공해등으로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고,60~70년대 당시 시골사람을 불러 모으던 매력은 이제 더이상 없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짐을 싸들고 서울을 떠나고 있다.
60~70년대 활발했던 외국인투자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국내대기업의 성장,항공량의 증가,亞太지역에서 역할이 증대하는현재 위상과 비추어 역설적인 현상이다.
외국기업과 자본에 대한 까다롭고 심한 투자규제가 이같은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은 새바람에 맞서 다시 짜여져야 한다.
생활여건,문화수준,정치적 민주주의와 안정성,도시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서둘러야 할때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앞으로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도시는 쇠퇴하고 말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方元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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