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이젠그만>8.수산업 행정그물 UR보다 더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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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수산업자에겐 우루과이라운드보다 수산당국의 행정규제가 더 무서워요.우리 수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첫째 요인이 바로 행정규제에 있거든요.』 張成鎬어민후계자협의회사무처장(42)은 수산업에 관한 얽히고 설킨 규제가 우리 어민들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단적인 사례를 설명했다.
충남 대흥의 어민후계자 張모씨(41)는 92년5월 1년기한의영어자금 5천만원을 대출받아 향어양식을 시작했다.그런데 그해 12월 수협은『재정자금 운영규정상 연중에 준 융자금은 연말에 회수하도록 되어있으니 일단 갚고 필요하면 내년에 다시 대출받으라』고 통보해왔다.
張씨가 키우는 향어는 15~18개월 자라야 제값을 받는다.그러나 張씨는 불과 7개월짜리 향어를 반값도 못받고 처분해 연말상환 기한을 지키고 이듬해 다시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영어자금에 어떻게 추수뒤 거두는 영농자금하고 똑같은 기준과주기를 적용할 수 있습니까.어종에 따라 치어에서 성어가 되는 기간이 다른데 고기를 키워 팔아야 갚을 것 아닙니까.』 張처장은 총 1조7백34억원의 수산관련 지원자금중 32%가 이런 식으로 운용돼 어민들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이밖에도 행정규제의 경직성은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모든 어획물은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수협위판장에서만 거래해야 하는 수산물 강제상장제의 폐해는 많은 어민들의 민원대상이다.
전남 고흥의 李모씨(45)는『수협이 위판수수료(판매액의 5%)를 거둬들이기 위해 어민들의 판로와 판매권을 차단하고 있습니다.외국 수산물이 막 들어오는 판에 자기나라 어민들은 잡은 고기를 마음대로 팔지도 못하게 하는 제도가 말이나 됩니까』라고 하소연한다.
현재 1백t이상의 어선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거의 무선전화를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어선법은 별도의 무선전신기를 설치토록 규정해 선주들은 불필요한 시설비 부담을 안고 있다.
수산당국은 이른바「어장이용개발계획기본지침」에 의해 굴등 양식면허를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남해안에 있는 수하식 굴양식장을 서해안에서는 새로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인즉 생산량 조정권을 수산청장이 쥐고 있어야 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미 우루과이라운드(UR)로 국제봇물이 터진판에 그같은 발상은 우리 어민의 뒷다리를 잡는 역할밖에 할게 없다.
농지와 같은 개념으로 60㏊이상은 개인이 못갖게 돼있는 어장규제,저온 보관으로 충분히 鮮度를 유지할 수 있는 연근해 수산물에 대해서도 값비싼 냉동.냉장시설 보관을 강제하고 있는 조항,낚시로 잡을 것이냐 어망으로 잡을 것이냐도 일일 이 허가받아야하는 제도,어선의 크기.시설.엔진을 일일이 제한하고 있는 관료의 발상등….
이같은 규제와 경직된 운용이 고쳐지지 않는 한 수입수산물에 비해 원가가2~3배나 비싼 우리의 수산업은 경쟁력을 갖고 살아날 길이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어민들의 푸념이다.
〈李己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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