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피링 양보다 내실 중시/간소화된 대통령 연두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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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간·참석자 줄여 행정공백 최소화/지방순시도 당일치기… 2월말 끝내
연두기자회견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새해 국가목표로 내건 김영삼대통령은 이를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 핵심프로그램의 하나를 제도철폐·완화로 잡고 있는 김 대통령은 11일 시작되는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과거 정권과 다른 파격적인 형태를 취함으로써 그 의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청와대는 10일 역대정권에서 대개 2월말이나 3월초까지 길게 잡던 중앙부처의 업무보고 기간을 반으로 줄여 이달말에 끝내고 하루에 2개 부처 장관들을 청와대로 올라오게 해 보고를 받는다는 일정을 설명했다. 장관이외에 기획관리실장·국장만 불러 배석자를 최소화하고 두개 부처 모두 오전에 끝낸다는 것이다. 다만 현장성이 필요한 국방·내무부 등 4∼5개 부처에 한해서만 예년과 같이 부처순시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중앙부처 다음의 각 시·도 업무보고도 4월에서 2월말로 당겨져 매듭지어진다. 부산·대구·광주 순시는 1박2일로 하던 것을 당일치기로 바꿔 경호 등 부수적인 업무가 대폭 감소된다.
60년대 후반 박정희대통령 시절이래 굳어진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부처를 직접 현장방문,실무과장까지 배석시킨 가운데 장관으로부터 부처업무 전반에 걸쳐 하나하나 브리핑받는 형식을 취했다.
그 때문에 대통령의 순시를 앞두고 청소에서부터 비상이 걸리고 차트제작 브리핑 요령 등 형식 우선으로 흐르고 외형에 치중하는 낭비적 요소가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이런 폐단을 점차 실감해온 김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능률향상·효율적인 국정관리를 위해선 대통령의 업무스타일부터 과감히 뜯어고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장관의 새해 브리핑부터 시정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양적 과시」 같은 것은 거들떠 보지 않을테니 「질적 내실」을 기해 보고하라는 것이 김 대통령의 뜻이다.
현장주의 브리핑이 업무에 지장을 주고,차트와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쏟는 정력이 결국 행정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회의내용에 중점을 두었는데 왜 공무원사회는 아직도 형식에 집착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해왔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공무원사회는 또다른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행정제도의 단지 개선 아닌 과감한 폐지를 강조하는 김 대통령에게 어떤 작품을 내놓아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제도개선은 자기부처의 손발을 잘라야 하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보고수위조절에 고심하고 있다. 첫번째 보고를 하는 정부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재무부가 금융관리 등에서 어떤 개선대책을 낼지는 경제부처를 이끌어가는 정재석부총리와의 관계정립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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