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내각 실천보다 말만 앞선다”/“주요정책마다 오락가락”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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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물가인상 자초… 반발 크자 또 규제/난데없이 북 인권거론… 혼선유발”/「포탄사건」 단순사기 결론… 군비리척결 의지있나
출범 20여일째의 이회창 내각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시간이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이 총리 내각이 물가불안과 남북한 정책,군개혁 등의 중요한 정책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민주당 역시 올해가 우리 경제의 사활을 좌우하는 한해가 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이 2기 내각 출범초 측근기용의 문제를 짚으며 「YS 친위내각」의 인적 구성으로 어떻게 국제경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리 내각은 이러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보다는 걱정만을 가중시키고 있는게 아니냐는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자율화의 물결속에 물가라는 민감한 사안까지 잔뜩 풀어놓음으로써 경제불안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정부에서 국제화·개방화를 주장하면서 현실화를 명분으로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물가가 치솟는데 촉매역할을 했다.』(이기택대표)
『지금 당장 물가를 잡지 않으면 경제의 자율화,활력회복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노무현 최고위원)
더 큰 문제는 물가불안이 각계의 거센 반발을 사자 다시 물가규제로 회귀,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요금을 현실화한다면서 다른 일반물가는 규제하고 또 정부에서 규제를 안한다고 하더니 다시 규제하는 등 민생정책이 실종됐다.』(이 대표)
『이 총리는 출범초기부터 정책이 뒤바뀌는 모양을 볼 때 나쁜 정책이라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유준상 최고위원)
또 한가지는 정부의 대북관과 통일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종잡을 수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이영덕부총리의 발언이 진보에서 보수로 갈팡질팡하는 정부 대북한 정책의 대표적인 예라고 민주당은 들고 있다.
『남북한 대화의 당사자인 우리가 그런 조건을 달아서 실리를 얻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 주변강국도 실리위주로 나가고 있는데 그같은 발언으로 북을 자극할 시기가 아니다.』(이부영 최고위원)
『지금 가장 중요한 남북한 관계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아주 심각하게 불안하다. 한완상 전 부총리와 이 부총리간의 통일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입장차이는 분명히 있는데 과연 김영삼정부의 통일정책의 기조는 무엇인가.』(노 최고위원)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려는 아슬아슬한 시기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온 저의가 의심스러우며 이 부총리가 과연 핵문제 해결과 통일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박지원대변인)
또 하나는 정부의 군비리척결 의지가 말로만 있을뿐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대철의원은 『이병태 국방장관이 군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해놓고 포탄 사기사건을 단순사기로 결론 내렸다. 여기서 어떻게 군개혁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가』고 반문한다.
『포탄사기는 구조적인 군수물자비리다. 이를 단순사기로 결론짓는다면 더 큰 비리의혹이 있을 수 밖에 없다.』(이·유 최고위원)
민주당은 이같은 정부의 혼선이 피부로 와닿는 민생 및 개혁정책을 펴기보다 시의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는 인기영합적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노 최고위원은 『혼란은 3당 합당을 통해 각각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혼재해 있는데서 비롯되는 태생적인 문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기본원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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