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 여성들(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람이 물만 먹고 살 수 있는 기간은 남자가 30일인데 비해 여자는 40일이나 된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입증된바 있다. 그와 관련해서 생각해볼때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의 수명이 남성의 수명보다 훨씬 길다는 사실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남성의 수명은 약 68세인데 비해 여성은 그보다 8년이나 긴 76세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인간에게 체력소모가 가장 많은 스포츠로 꼽히는 마라톤도 남성보다 정작 여성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판이니 햄릿의 입을 빌린 셰익스피어의 『약한 자여,그대 이름은 여자니라』라는 탄식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시대착오적인 구절처럼 들린다.
굳이 여성해방론자들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그같은 잠재적인 「힘」을 표출되지 못하게 한 것은 남성위주의 사회구조 탓이었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 여성의 평등권과 참정권의 획득을 위한 호소문을 쓰기까지 『여성은 예속돼야 하며,여성은 아무런 상상도 소망도 직업도 지녀서는 안되며,남편이나 아버지 그리고 남자형제들을 위해 집안 허드렛일이나 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관념이었다. 남성이 담당하는 기능이나 활동영역속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면 여성의 본질적인 매력·신비·사랑스러움이 손실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이 가정이나 남성에 예속돼 있던 시절에도 그들이 가정이나 남성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힘」의 질과 양 어느 쪽으로 따져도 남성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보편화된 논리다. 그에 따라 여성을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치밀성·분석력·책임감 등에 있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일도 있다. 최근 많은 여성들이 남성이 고유영역이었던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는 보도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직업분포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감케 한다. 특히 남성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직종에 대한 여성들의 과감한 도전은 「직업엔 귀천이 없고,노동은 신성하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울 것으로 기대된다. 남녀간에 일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는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