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세계축구다>2.월드컵 향방 주사위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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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는 6월 미국에서 한달동안 펼쳐질 제15회 월드컵축구대회는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유럽이나중남미를 벗어나 개최된다는 점에서 세계축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회의 조추첨이 끝나자 독일의 대중지『빌트』는 한국.카메룬.모로코를 제외한 21개 월드컵 참가국 감독들에게 예상우승국을 물었었다.
3개국씩 써낸 우승국 후보에는 브라질이 15표로 가장 많았고독일이 13표,이탈리아 10표,네덜란드 9표 순이었는데 한가지재미있는 것은 유럽 감독들은 아르헨티나를 우승후보로 5명씩이나거론한 반면 남미에서는 브라질 감독만 아르헨 티나를 꼽았을뿐 나머지 감독들은 모두 남미A조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조수위를 차지한 콜롬비아를 꼽았다.
나 역시도 만년우승후보인 브라질과 조금은 삐걱거리지만 지난대회 우승팀인 독일,그리고 즐비한 슈퍼스타들을 보유한 네덜란드를지적하고 싶다.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새삼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브라질이나 네덜란드가 우승후보로 거론되는데는 다소의 설명이 필요하다. 「브라질이 없는 월드컵은 반쪽」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차지하는 존재가 너무 뚜렷한 것도 사실이지만이번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역시 뛰어난 기량으로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기때문이다.
또 나의 바통을 이어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주장 조징요는 이번뮌헨방문에서 보았을 때도 여전히 책임감있게 경기를 잘했다.
그리고 신세대 공격수인 세르지오,또 유명한 카레카 라이,우루과이에 2-1로 이길때 두골을 넣어 브라질의 본선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말썽꾸러기 로 마리오(88년 서울올림픽의 득점왕이기도 해 우리에게는 낯익은 얼굴)등 면면이 쟁쟁 하다.
그리고 네덜란드.물론 네덜란드는 지역예선에서 노르웨이에 2-1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마지막까지도 본선진출이 불확실했었다. 이렇게 부진한 지역예선 성적때문에 네덜란드는 감독인 딕 아보카도 대신 슈퍼스타이자 현재 바르셀로나팀의 감독인 요한 크라이프를 데려오려고 애썼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두달이 채 안되는 월드컵기간에 3억여원에 가까운 돈을 요구하는 크라이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아보카도가 다시 대표팀을 맡게되었다.이렇게 불안정한 팀웍을 보면서도 모두들 네덜란드를 우승후보의 하나로 꼽는 것은 신 예 베그캄프나 쿠만,그리고 반 바스텐.굴리트.라이카르트 같은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에 다소 유감이 있다면 크라이프의 대표팀감독 거절과 함께 영국의 예선탈락이다.영국은 대회마다 우승국후보에 오를만큼 축구에 관한한 가위 광적이라할 정도로 전 국민이 축구에 매료되어있다.영국의 예선탈락이 결정되던 날 세계주식시장에서 영국항공사의 주가가 폭락했다는 사실은 영국팬들이 세계축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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