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약복용 반드시 전문가 조언 받도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노인들은 같은 약을 같은 양으로 복용해도 분해.배출속도가 청장년층보다 훨씬 느린 경우가 많아 부작용이 생길수 있는데도 이에 대한 주의가 별로 없어 적지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복합 감기약을 복용한 서울반포동의 權모씨(75)는 계단을 내려오다 심한 어지러움증과 몸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증세로 실족,골절상을 당했다.젊은사람 같으면 가볍게 겪고 말았을 부작용이 노인이라 큰 문제를 일으킨 것.
고혈압 약을 복용중인 兪모씨(69)는 밤에 몇차례씩 깰 정도로 소변이 자주 마려운 부작용을 호소해 왔는데 최근 잠에 다소취한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다 미끄러져 크게 다쳤다.고혈압 약에는 소변 배설량을 늘리는 이뇨제가 약방의 감초처 럼 들어있는데청장년층에는 적합한 양이겠지만 노인들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신경성 위장병약을 먹고 있던 沈모씨(73)는 친구들과 술을 한잔 했다가 추운 길거리에 몇시간을 앉아 있어야 했다.조금만 마셨는데도 걸음이 불안정해지고 방향감각을 잃어 움직일 수 없었던 것.신경성 위장병약에 고혈압 처방에도 때로 쓰 는 안정제가들어있었는데 이 약과 술을 함께 마시면 보행불안.방향감각 상실등이 나타난다.이런 부작용은 젊은층에도 있을 수 있지만 노인에게서 더욱 심하다.
서울大의대 예방의학교실 朴柄柱교수(약물역학)는『노인은 신체기능이 떨어져 약이 몸속에 오래 남아있는 경향이 있어 젊은이들과같은 양을 같은 간격으로 복용하면 과량복용할 때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히고『완제품 약은 보통 청장년층을 기준으로 양을 정하기 때문에 노인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지적했다.
물약 같으면 양을 적절히 줄여 먹을 수도 있겠지만 캡슐이나 알약은 줄이기가 쉽지않아 더욱 문제라는 것.
그는『노인들은 여러 병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약도 한꺼번에 복합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때 약물들이 서로 상호작용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인이 약을 쓸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얻을 것』 을 강조했다. 〈蔡仁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