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교환 성사땐 경협 활성화/북­미 회담이후 남북관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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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사찰」 걸림돌 제거돼 일단 낙관/“미와 대화” 북 전략에 휘말릴수도
미국과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북­미 고위급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미국 관리들이 남북대화의 재개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어 관심이다.
미국 관리들은 미­북한간 실무접촉이 북한의 핵사찰 수용과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을 합의해 이번주 안에 매듭지어질 것이란 전망을 확인하면서 남북대화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해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을 비롯,연례 안보회의 등 기회있을 때마다 남북대화 진전을 북한의 핵사찰 수용과 함께 북­미 고위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확인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의 접촉에서 남북대화는 핵문제에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남북한간의 문제라는 이유로 핵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남북대화 부분은 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측 주장에 상당한 양보를 해 한수순 늦은 의제로 미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핵문제 해결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이 우선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미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에서 남북대화의 진전이 구체화되지 않을 경우 남북대화가 어떤 과정과 형태로 전개될지 관심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핵문제에 대한 북­미 실무협상이 이번주내에 매듭지어지면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이는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의 재개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이 핵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북한과의 마지막 접촉에서 남북대화를 강조할 것이고 이를 구체화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이를 북한에 요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권영해 국방장관의 「군사적 대응」 발언을 빌미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을 무산시켰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이 핵문제에 대해 국제공조를 추구한다는 이유로,최근엔 김영삼대통령의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회담때 발언이나 신년사 내용을 트집잡아 한국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하며 대화를 기피해와 남한과의 대화에 선뜻 응할지 미지수다.
따라서 북한이 실무접촉에 나온다해도 남북이 특사를 교환해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푸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것 같다. 현재의 분위기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한미 협상 및 권력승계 등 국내 정치일정을 위한 속도조절용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여러변수속에서 남북대화의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북­미 및 북­IAEA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 IAEA 사찰팀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협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접촉에서 IAEA 사찰팀의 입북에 맞춰 남북 실무접촉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남북 실무접촉은 북­IAEA간 협상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이달안에 성사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이 IAEA와의 협상을 타결짓고도 실무접촉에 응하지 않으면 먼저 대화를 제의할 방침이다.
남북은 그동안 특사교환 절차에 거의 의견접근을 본 만큼 북한의 성사의지만 있다면 한 두차례 실무접촉으로도 특사교환은 타결될 수 있다.
그러나 실무접촉은 통한 특사교환 실현까지는 남북이 타결해야 할 쟁점이 수두룩하다.
먼저 특사교환 시점에 대한 남북간의 이견이다. 우리측은 북­미 3단계 회담 개최전 성사를,북한은 3단계 회담이후를 주장해왔다.
북한은 또 특사교환의 조건으로 국제공조체제 포기 및 팀스피리트훈련 등 「핵전쟁연습」 중지를 요구해왔는데 북­미 합의에 따른 한미의 「팀」훈련 중단선언을 이 조건의 충족으로 해석할지 의문이다.
세차례의 실무접촉에서 양측은 특사의 임무에도 이견을 보였다.
우리측은 선 핵문제·후 기타현안 논의,북한은 비핵화 이행 및 긴장완화·전민족 대단결 도모·남북 정상회담문제 등을 동시 병렬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이다. 이같은 쟁점들이 남북 실무접촉에서 정리된다면 특사교환은 북­미 3단계 회담 직후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말해 핵문제 해결이라는 대세앞에 특사교환 시점을 우리측이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핵문제가 북­IAEA협상→북­미 3단계 회담→남북 특사교환의 수순에서 해결의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특사교환이 성사되면 남북은 비핵화선언 이행 및 경협 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이며,특히 대북 경협은 물꼬가 크게 트일 가능성이 높다.
남북이 민족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자세를 갖춘다면 이같은 진전은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올안에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북한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만 이용되고 현 수준을 맴도는 불행한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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