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1월 남북 무력충돌위기”/전 전 대통령 신년하객에 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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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만철씨 동해 호송과정… “당시 일전불사 결심”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남북간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87년 1월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상황으로 한차례 지나갔음을 증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하객들을 맞이한 자리에서 『87년 김만철씨 일가를 우리나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북한과 동해안에서 무력대결을 치를 아슬아슬한 위기상황이 있었으며,당시 나는 전쟁을 불사한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일본에 도착한 김씨 일가를 일본이 공해상에 추방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나라로 데려오기 위해 대마도부군 공해상에 우리 함정을 배치해놓고 대구의 F­4 비행기도 이륙준비를 해놓았다』며 『그러나 당시 조총련 등의 정보활동을 통해 이미 이 사실을 감지한 북한도 함정을 공해에 띄워놓아 남북한의 함대가 공해상에서 충돌할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예정대로 일본정부가 김씨 일가를 공해로 추방했다면 우리와 북한이 서로 김씨 일가를 데려오려고 공해상에서 한바탕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미국이 이 사실을 알고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정부에 공해추방계획 취소를 요청해 공해추방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도 모르게 일을 추진했다. 해군 참모총장을 이 상황과 관련한 작전본부가 설치된 포항에 보내고 공군 참모차장도 대구의 비행장에 보내 「새벽 0시 작전개시」에 따라 현장지휘를 지시해 놓고 나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0시30분쯤 경호실장이 「갑자기 일본정부에서 추방계획을 포기했다」는 보고를 해왔다. 다음날 알아보니 미국이 일본에서 취소를 요청했더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무력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한번 맞붙어보려고 했다. 국민들은 잘 모르고 넘어갔지만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며 「전쟁발발의 위기상황」이었음을 확인해주었다.
그는 이후 상황에 대해 『그래서 불가피하게 대만에 48시간이내 체류를 허락받아 우리 기관에서 일시체류 장소까지 마련해 둔뒤 일본에서 김씨 일가를 비행기편으로 「3국 추방」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북한이 김씨 일가에게 위해를 줄까 우리 기관에서 신변보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회고했다.
이와관련,민정기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은 최근 방문객들에게 안보의식을 강조하는 말을 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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