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로 경쟁력 뒷받침/김 대통령의 올 개혁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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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한 인물 발탁 정치권 물갈이/측근들 앞세워 당정 호흡맞추기 본격화
김영삼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정치개혁을 위한 어떤 모습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을까.
물론 현재로서는 김 대통령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어 화폭에 담겨질 내용들을 명확하게 들여다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권을 향한 김 대통령의 평소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그림의 대체적인 윤곽 파악이 가능하다.
김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정치개혁을 역설해왔다. 시대가 놀랍게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정치권만이 과거의 틀속에 안주하고 있다는게 그의 인식이다.
이같은 김 대통령의 시각은 지난해 11월 방미결과 보고를 위한 국회 연설문에 잘 나타나 있다.
『언제까지 국력을 소진시키는 대결과 발목을 잡는 식의 내부 갈등만을 거듭할 수 없다. 조그마한데 집착하는 소모적인 정쟁과 우물안 개구식의 시시비비를 지양해야 한다. 솔직히 오늘의 정치는 국가경쟁력을 밑받침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정치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정치권이 국제화·미래화를 선도해야 한다. 이제 정치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생산적인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김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의 목표는 정치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정치는 깨끗한 정치에서 출발된다고 보고 있다.
취임직후 그가 기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깨끗한 정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통합선거법·지방자치제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꼽을 수 있다. 정치개혁의 요체가 깨끗한 선거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여야 이견으로 해를 넘기고 말았지만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돼있는 상태여서 올 상반기중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현행법을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깨끗한 선거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법의 내용문제보다 개정 자체가 대통령의 의지표현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말 단행된 당정개편에서 그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측근 출신인사들의 대거 전진 배치가 그것이다. 자신의 이같은 의지를 충실하게 따라줄 인물을 일선에 배치하여 깨끗한 정치를 포함한 개혁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의 당정요직의 인선기준도 이 깨끗함과 관련이 있다. 김 대통령은 『가장 중시한 것은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을 택한 것이고 동시에 깨끗함·청빈성을 보았다』고 밝힌바 있다.
민자당의 조직도 깨끗한 정치를 겨냥하여 개편할 것이다. 중앙당을 정책 중심체제로 전환하고 지구당 인원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민자당은 2∼3월까지 중앙당·지구당 정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한차례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 분명하다.
이와함께 깨끗한 정치에 맞는 인사로 점진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이다. 당장 민자당 지구당 위원장 자리만도 14곳이 비어있고 하반기에는 단체장 및 지방의회선거 공천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만큼 자연스런 물갈이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단체장선거는 정치개혁의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선거법에 따른 첫번째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 선거운동 등 불법·타락행위에 대해 여야를 불문하고 시범 케이스로 엄격히 다룰 것이 틀림없다.
정치개혁과 아울러 정부를 통한 개혁추진도 속도를 늦출 것 같지 않다. 깨끗한 정치와 깨끗한 정부가 별개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의 칼날의 휘둘러온 이회창 감사원장의 국무총리 기용과 핵심측근인 최형우 내무장관 임명이 이를 반증해준다. 때문에 복지부동으로 일컬어지는 공무원들의 무사인일한 태도에 일대 수술이 가해질 공산이 크다. 이 총리가 최근 공직기강 점검내용을 보고받고 『공직사회의 앞날이 비관적』이라고 개탄한 것도 이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신성호기자>
◎개혁 맞바람 어디서 불까/민정·공화계 큰 저항세력 가능성/편가르식 개혁 불만… “화합” 강력요구
김영삼대통령은 지난해말 인사를 통해 당정에 대한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정치권이 아직도 가장 낙후돼 있다』고 생각하는 김 대통령은 측근들을 일선에 대폭 전진배치해 앞으로 더욱 강력한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때문에 올해에는 지난해 미처 정비되지 못한 통합선거법안 등 정치관계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며,이같은 제도화 작업과 함께 정치권의 의식을 바꾸고 수준을 높이는 일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계획대로 「YS식 개혁」 기운이 한층 성한다하더라도 그 앞날이 마냥 순탄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든 운동의 법칙이 그렇듯이 개혁의 「작용」이 있으면 그에 대한 「반작용」도 뒤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에게 있어서 정치개혁의 걸림돌은 우선 민자당에 있다. 민자당은 그동안 개혁을 주도하기는 커녕 청와대의 주문조차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그 태생에 원인이 있기는 하나 계파의식·분과주의가 김 대통령의 정치개혁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김 대통령이 분위기 일신을 위해 당직을 개편했으나 당내 기류는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민주계의 「선민의식」과 민정·공화계의 소외감은 더 커졌으면 커졌지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민정·공화계는 이제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청와대가 주도하는 개혁방식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눈길을 여전히 보내고 있다.
인사에서 연거푸 소외된 이들은 상도동계가 전진배치된 지난 연말의 당정개편에 대해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이제 개혁세력이 총출동한 만큼 바야흐로 변혁은 만개할 것』이라는 청와대측의 전망을 「순진함의 소치」라고 평가절하한다.
민정·공화계의 대다수 의원들은 『편가르기식 개혁은 단명에 그칠 것이 확실한 만큼 김 대통령과 민주계가 포용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제까지의 방법론은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들이 내세우는게 이른바 「화합론」이다.
더욱이 국제화·개방화에 대비하려면 모든 정치차원에 내재된 역량을 힘껏 끌어모아야 하는데 김 대통령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민정·공화계는 불만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민정·공화계인 만큼 향후 민주계가 주도할 올해의 정치개혁은 당내에서부터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는 계파갈등을 자극할 요인이 꽤 많다. 중앙당 및 지구당 정비,자치단체장 공천작업 등 매우 중요한 당무·정치일정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작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서 지금 당장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당정비,자치단체장 공천작업 과정에서 또 한차례의 민주계 득세와 민정·공화계 솎아내기·「물먹이기」가 있을 공산은 크다.
이럴 경우 민정·공화계는 재차 자극받을 것이며 흥분정도에 따라서는 「일탈적」이고도 집단적인 행동을 표출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그리고 있다. 김 대통령이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3당통합의 민자당을 「김영삼당」으로 개조해 나가려는 작업을 시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민정·공화계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계의 자극이 정도이상으로 강하다고 느껴질 경우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제3당의 출현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이 상황은 정계개편과 맥이 이어지는 것으로 여러조건으로 보아 금년에 당장 가시화하지는 않겠지만 잠재된 이슈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지진이 아니더라도 민정·공화계가 김 대통령을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재산공개·사정 등의 홍역을 치른 민정·공화계는 『더 당할 것도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명분상 정치개혁에는 정면으로 도전할 수 없으나 국회운영 과정 등에서 얼마든지 애를 먹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금년의 경제상황 등 국내 환경이 어려워지면 그같은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아야 한다.<이상일기자>
◎내년 단체장선거 누가 어디서 뛰나/“YS정부 중간평가”… 서울시장 최대 격전
오는 95년 상반기중으로 확정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정치권 등의 자천타천 인사들이 물밑에서 활발히 뛰고 있다. 단체장선거의 준비와 공천과정,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흐름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단체장선거는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떻게 보면 YS정권 중간평가의 성격도 갖는다. 게다가 이 선거는 금년봄 국회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통합선거법이 적용되는 첫 시험무대다. 때문에 김 대통령이 누차 표명한 「깨끗한 정치」가 과연 구현될 수 있을지의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중요성 때문에 여야 모두 내년 한햇동안은 95년 선거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겨가리라는 전망이다. 민자·민주 양당에서는 벌써 후보인선내용과 선거전후의 정국을 점치기에 분주하다. 단체장선거에 대한 여권의 관심은 이미 김영삼정부의 2기 내각진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뚝심파인 최형우 전 민자당 사무총장을 정부의 선거책임자인 내무장관에 기용한 것을 필두로 차관급·시도지사 개편에서도 김 대통령의 단체장선거를 향한 의욕을 읽을 수 있다. 박태권 전 문체차관을 충남지사,이상룡 전 건설차관을 강원지사,김혁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경남지사에 임명한 것도 단체장선거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자당은 내년 5월 정기전당대회에서의 지도부 개편여부가 선거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민주당은 선거와 같은 해 갖게 돼있는 전당대회를 선거전인 금년 여름께로 앞당겨 지도부를 개편하는 등 선거준비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장선거 지역중에서 여야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서울이다. 서울의 인구와 정치적 위상을 생각할 때 민선 서울시장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여든 야든 「서울은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자당은 역대 선거에서 경험한 서울의 「야성」이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이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을 3∼4개로 분할하는 행정구역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부는 지금까지 행정구역개편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야권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 인사들의 신경이 곤두서있는 단체장선거의 공천문제는 금년 하반기에 가서 본격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도 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은 1년여 남은 기간동안 미리 지반을 다지기 위해 은밀히 혹은 드러내놓고 95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울시장후보에는 여야의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거명된다. 민자당에서는 우선 김덕룡 전 정무1장관이 주위의 출마권유를 받고 있으며 최각규 전 부총리,고건·김용래 전 서울시장,이명박의원 등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이사장인 조세형의원과 정대철·홍사덕·이철의원이 뜻을 세우고 있다. 또 신정당의 박찬종대표도 출마를 고려중이다. 부산은 민자당 시지부장을 지내다 사무총장으로 기용된 문정수의원 등이 노리고 있다. 민자당에서는 지방자치 실무연구소장인 노무현 최고위원(전 의원)이 부산 또는 경기지사 출마를 가늠질하고 있다. 대구는 국민당의 김복동의원이 자신의 출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이며 민자당의 정호용의원도 의욕적이다.
경기지사의 경우는 전 지사인 민자당의 임사빈의원과 민주당의 도지부장인 안동선의원이 뛰고 있다. 인천은 최기선 현 시장이 경기 또는 인천시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남·전북·광주는 민주당의 후보각축전이 치열하다. 전남은 목포지역구를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의 장남 홍일씨에게 물려준 권노갑 최고위원,유준상·신순범 최고위원,김봉호의원과 조승형 전 대표비서실장,광주는 신기하·조홍규의원과 재야의 정동연씨 등이 뜻을 갖고 있다. 또 전북은 총무재임여부에 따라 김태식총무가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최낙도의원이 오래전부터 뜻을 품어왔다.
충남은 박태권 신임지사가 부임하자 오래전부터 뛰어온 민주당의 장기욱의원이 긴장하고 있다.
경남은 민자당의 강삼재의원과 신임 김혁규지사,강원은 이상룡 신임지사,대전은 염홍철 현 시장 등의 출마여부가 관심사다.
한편 충북은 이동호 전 내무장관,주병덕 민주산악회 충북지부장이 뛰고 있다.
이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신인,알려지기를 꺼리는 인사들도 부지런히 표밭을 갈고 있어 일진광풍이 벌써부터 예견되고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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