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씨 "시간을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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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라. 진실을 밝히느냐, 감옥행을 자처하느냐를 놓고 조만간 마음을 정리하겠다."

'안풍(安風) 사건'의 주역 강삼재(姜三載.사진) 한나라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총선에 전용된 안기부 돈은 김영삼(YS)전 대통령이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姜의원에게 직접 준 것'이라는 중앙일보 보도(1월 13일자 1면) 이후 외부와 접촉을 끊었던 姜의원은 16일 오후 안풍 사건 항소심 4차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姜의원은 재판장에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결론을 내릴 만큼 정신적 여유가 없다"면서 "시간적 여유를 주시면 다음 재판 때까지 마음을 정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호소했다.

姜의원은 재판 시작 10분 전인 오후 1시50분 긴장된 표정으로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자금 출처에 관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지난해 9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서도 냈다. 당시 심정은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것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고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인간적 의리가 국민과 역사에는 큰 배신행위로 나타나는 것이 한편으로 두렵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돈을 준 사람이 YS인지 아닌지를 밝힐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또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일련의 보도 이후 나흘째 한숨도 자지 못했다"면서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삶을 포기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최근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인봉 변호사가 안풍 사건과 관련, 언론에 발표하기 전 본인과 상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姜의원에게 "개인적 의리를 이유로 역사적 진실과 정치 발전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姜의원은 1996년 4월 15대 총선 때 당시 김기섭 안기부 운영차장과 공모해 안기부 자금 9백4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추징금 7백31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법정에는 한나라당 홍준표.이주영 의원 등도 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구속 수감 중인 김기섭씨도 재판에 나왔지만 姜의원과는 두 자리를 건너 떨어져 앉았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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