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김지나씨 '양날의 칼' 우려 진술 공개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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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남은 인질들의 빠른 석방을 위해 이슬람권 국가인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찾아 도움을 호소한 뒤 귀가하고 있다. 13일 풀려난 김경자씨의 어머니가 14일 장미꽃 19송이를 들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김경자(37). 김지나(32)씨는 1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인근의 한국군 동의부대에 머물고 있다. 피랍 26일 만에 석방된 두 여인은 13일 밤 가즈니주 미군이 제공한 UH-60 헬기를 타고 바그람 공군기지 내 동의부대에 도착했다.

이들은 동의부대에서 혈액검사 등 건강검진을 받은 뒤 간호장교 숙소에서 묵었다.

정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것 같다"며 "장기간 피랍 상황에도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장기간 인질로 잡혀 있어 체중은 4~5㎏ 감소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정부의 현지 대책반은 피랍 당시 상황부터 억류 장소, 이동 경로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특히 여성 인질에 대한 탈레반의 태도와 인질 분산 현황 등 탈레반 측과의 협상에 필요한 정보들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소식통은 "풀려난 두 명에게 들은 정보는 한국 정부가 나머지 19명의 인질 석방과 관련한 협상 전략을 수립 및 재검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진술 내용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자칫 탈레반을 자극해 나머지 인질들의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가져온 정보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두 사람이 안정을 찾는 대로 카불→두바이를 거쳐 민항기로 귀국시킬 예정이다. 16일께 서울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김씨의 서울 도착 상황도 공개하지 않고 당분간 가족의 동의를 받아 '특별 보호'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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