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총장 "이상은씨, 도곡동 땅 주인 알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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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은 14일 한 달 넘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대검찰청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다. 지난달 6일 한나라당 경선 관련 수사가 시작된 뒤 그는 수사와 관련된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날 대검 청사 앞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 소속 의원 10여 명과 당직자 30여 명이 "이명박 죽이기 수사를 하는 정치검찰 각성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정 총장은 처음엔 "수사 관련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정 총장은 "신속하게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부 검사 11명이 투입돼 40일 동안 진행됐다. 수사팀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보안을 잘 지켜줘 고맙다"며 수사팀을 격려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 규명이 부족해 의혹만 부풀렸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찰에 대한 애정으로 생각한다"고 넘어갔다.

기자들의 질문은 단연 도곡동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총장은 "진짜 모른다. (이상은씨 땅 매각 대금을 관리한) 두 이모씨를 조사해 봐야 한다. 그 전엔 하늘이 알겠지. 본인(땅 주인)과 이상은씨도 알 테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도곡동 땅이 이상은씨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정 총장은 "돈이 나갔으면 규명을 해야 하는데 세종대왕(현금)은 돌아가신 지 500년이 넘어서 추적이 안 돼"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오래된 일이라 자금 추적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 총장은 전날 오후 수사 결과를 전격 발표한 것에 대해 "수사팀에 '할 만큼 다했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하기에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발표문 보면 전격적인 것 같으냐. 절대 아니다. 심사숙고한 끝에 준비해서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총장은 결과 발표 시점을 놓고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발표를 한다면 오늘(14일)이 데드라인이었다. 15일은 휴일이니까 못하고, 그 이후에 하게 되면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특수부를 투입할 때 '빨리' 하겠다고 한 의미가 뭐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검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로 한 만큼 수사상 한계는 그것대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국민에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발표가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검찰이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고 그대로 공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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