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 경선 변수 땅 주인 '제3자'는 과연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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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와 관련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이 13일 "서울 도곡동 땅 중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고 모호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제3자는 누구=가장 큰 의문은 '제3자가 누구인가'다. 이상은씨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곡동 땅은 내 재산이 분명하다"며 "검찰이 추가 조사를 하면 충분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도 "내 땅이 절대 아니다"며 펄펄 뛰고 있다. 검찰은 땅 주인을 특정하지 못하면서도 이 후보를 가장 유력한 '제3자'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검찰은 우선 이상은씨의 땅 판 돈을 관리해온 이모씨를 실제 소유주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실 소유주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의 직원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상은씨는 "이씨가 원래 김재정씨 회사에서 일했고 일솜씨와 성실성을 높이 평가해 자금 관리를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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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이 14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 김경빈 기자]

하지만 이 후보 캠프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이상은씨 측의 의견을 듣고 자료도 재검토해 본 결과 땅의 소유는 분명 이상은씨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3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땅 주인 알고 있나=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군인지를 가릴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이미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가 누구인지는 가려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후보를 진짜 주인으로 볼 만한 정황 증거들은 포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차장검사는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대검 중수부 수사 때와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도곡동 땅 매입을 주도했던 김 전 회장이 1999년 중수부 수사 때는 "땅 주인을 이 후보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면서 지금 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이 땅의 주인을 이 후보로 보고 있음을 내비치는 말이기도 하다.

◆왜 서둘러 발표=검찰은 출입기자들에게 예고 없이, 자료도 내지 않고 13일 오후 4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팀도 이날 오전에야 대검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측에선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서둘러 발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검찰 내부에서도 "'진짜 땅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발표할 바에야 이상은씨 차명 보유 의혹 부분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제외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모호한 발표는 의혹만 증폭시키고 경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언 기자<joonn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도곡동 땅은=4340㎡(4필지로 구성) 규모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3개 필지는 이상은씨가 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1985년 5월 전모(65.여)씨에게 공동 매입했다. 나머지 한 필지는 같은 해 6월 김씨가 당시 이 후보가 사장이었던 현대건설로부터 샀다. 두 사람은 4개 필지의 도곡동 땅 매입가인 15억6000만원을 절반씩 부담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95년 9월 이 땅을 263억원에 포스코개발로 넘겨 247억여원의 차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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