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완성… 「총리제청」만 남았다/개각 초읽기… 청와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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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대통령 휴일엔 휴식” 염막치며 철저보안/“첫 조각때완 전혀 다른 진용될 것” 관측 무성
김영삼대통령이 21일 발표할 개각의 기본구도는 물론 경질대상·후임 인선까지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은 일은 이회창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는 모양 갖추기 수순정도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김 대통령과 이 총리의 협의과정에서 일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아주 부분적인 조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대통령은 일요일인 19일 차남 현철씨 등 가족들과 가족예배를 드린뒤 외부인사와의 접촉없이 휴식을 취했다. 이같은 청와대쪽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분위기는 물론 아니다. 「보안」용의 말둘러대기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
한 고위당국자가 개각발표를 21일로 늦추는 것과 관련,이는 신임총리에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자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하고 생각할 정도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 총리가 하면 얼마나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완성된」 대통령의 구상에 다소의 의견을 제시하는 외에 별다른 것은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이 신임총리에게 별도의 인사자료를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미 확인된 사실.
결국 타이밍을 전략의 아주 중요한 요소로 인식,언론을 적절히 활용해온 김 대통령이 신임총리 지명 발표이후 6일이 지나서야 개각을 단행하는 배경이라고도 풀이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과 이 총리간의 19일 접촉은 군수부정 비리조사 지시를 위한 전화접촉 뿐이었다고 전언.
○…김 대통령이 그린 개각의 밑그림은 기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리라는데는 전망이 일치.
이 총리를 앞세운 것만으로도 김 대통령의 의중은 알만하다는 것.
강한 개혁기치를 내걸고 국제화·미래화를 지향하고 일하는 내각을 기대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각료들 상당수가 경질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경제팀에 큰 관심을 갖고 고심해온게 사실이지만 그 못지않게 신경쓴게 공무원 조직의 무사안일·보신주의라면서 관료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일대 혁신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내무장관 등 비경제 각료에 대한 대대적 인사도 기정사실화.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전됐음에도 하마평이 뜸한 것은 김 대통령의 철저보안 엄명은 물론 일단 언론에 거명되면 「없던 일」로 하는 김 대통령의 고집 때문. 청와대는 이번 개각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인사행태가 바뀔 것이라고 흐뭇해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뚜껑을 열었을 때 황인성 내각에서와 같은 실수가 속출할까 싶어 조마조마하는 중.
○…대폭개편설로 잔뜩 움츠렸던 청와대는 『연말 비서실엔 기분 나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박관용실장의 18일 공개발언이 있은 이후 평온을 되찾고 있는 상태. 이는 교체되는 수석의 경우 입각하거나 수평이동은 보장한다는 시사로 보이기 때문인데 모수석은 비경제부처장관에,모수석은 현직 차관과 자리바꿈을 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무성. 한때 5명선에 이르던 교체대상 수석은 고위층의 최소화 방침으로의 선회에 따라 2∼3명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장관에 기용되더라도 이같은 분위기에서는 「물 먹는」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어 대상으로 거명되는 수석들은 떨떠름한 표정인데 한 관계자는 『설령 내각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내보낸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대통령의 곁을 떠나는게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촌평.
신설되는 청와대 농수산수석에는 정영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과 정성헌 우리밀살리기운동 사업본부장 등이 거명되고 있는데 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 출신인 정성헌씨는 최근 두차례나 모수석을 만나기도 해 주목. 정씨는 지난 춘천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민자당 공천을 적극 권유받았으나 본인이 고사한 적도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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