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부상이 시사하는 것(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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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2차 수능시험에서 남녀 수석을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과학고생들의 1,2차 수능시험 평균이 1백80점을 넘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 일반인들의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관점에서 과학고의 부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번 서울과학고의 부상은 달라진 대학입시제도에 따른 달라진 교육방식의 자연스런 결과라는 점이고,또 하나는 국제화시대의 교육방식과 제도에도 뭔가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시사해주는 좋은 징후라는 점이다.
우선 달라진 대학입시 방식에서 서울과학고가 우수한 성적을 내게 된 것은 다른 교육방식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원래 수능시험 도입은 종래의 암기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사고력을 신장하는 교육으로의 개선을 전제로 했다. 수능시험의 평가문제도 자연 이에 따른 방식을 취했으니 평소 사고력과 창의력을 신장해온 학교가 우수한 결과를 얻는건 당연한 일이다.
전국 13개 과학고의 교육방식은 대체로 토론수업·과제수업·실험위주 수업으로 이뤄진다. 물론 이미 우수한 두뇌의 중학생을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했으니 자질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학습방식 또한 창의력·사고력 증진을 자율적으로 유도하고 있어 교육효과가 극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암기식 위주의 초·중등교육이 얼마나 반교육적이었고,향후의 교육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준화교육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교육방식의 다양화·특수화 방안을 고안해내야 한다. 공립 과학고에만 국한된 교육이 아니라 사립 인문고에도 이런 교육의 변화를 수용하고 확산시킬 교육적 장치를 어떻게 하면 마련할 수 있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평준화교육이란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뜻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중등교육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고쳐가며 국제경쟁력있는 교육을 조기에 실시할 수 있나를 우리는 이 기회에 생각해내야 한다.
평준화 틀에서 변용된 학교는 지금으로선 13개 과학고와 몇몇 사립 예술중·고,그리고 사립 외국어학교로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특수 인문고라할 외국어고는 내신성적 상향 반영이후로 인기가 급락하고 있어 이마저 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엄청난 등록금을 내는 구미식 사립 명문고를 흉내내는 귀족고등학교를 신설해 위화감을 조성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평준화라는 기본틀 위에서도 교육의 다양화와 특수화를 이룰 수 있다는 분명한 가능성을 우리는 서울 과학고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고정과념에서 벗어나 변용과 변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의 방향과 흐름을 찾는게 지금 우리가 당면한 교육개혁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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