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2.선진국 잔치에 개도국 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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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WTO(세계무역기구)가 세계경제의 규모를 키워 놓을 것은 확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총량개념이다.각 국가별.지역별 사정은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다.
韓國을 비롯해 日本 등은 이미 정치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印度는 수백만명의 농민들이 이번 UR타결로 피해를 보게 됐다며 15일을「어둠의 날」로 규정했다.
어느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東아프리카 모리셔스군도의 글리시 파디야 제네바회담 대표는 『우리는 결코 기쁘지 않다』며『그렇다고 협상 거부는 불가능했다』며 아프리카가 처한 현실을 대변했 다.
이같은 측면에서「보다 자유로운 세계무역을 위하여」라는 구호는주로 선진국에만 적용된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
UR협상과정을 되새겨 보더라도「선진국들의 잔치」임은 자명하다. 1백14개 회원국가운데 협상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있었던 국가는 EC(유럽공동체).미국.캐나다.일본 등 선진국을포함,20여개국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미국은 협상타결 직후 WTO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통상법 301條(슈퍼 301조)를 계속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혀 자유무역이라는 구호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명분이었음을드러냈다.美재무장관은 또 16일 최혜국대우를 선 별적으로 부여할 것이라고 밝혀 불공정무역국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보복을 계속가할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EC가 미국의 301조와 유사한 무역 방어체계를 갖게 됐다』고 말해 EC도 앞으로 미국처럼 영향력을 행사해 불공정무역에 대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美.EC의 태도는 WTO의 가장 중요한 설립목적중 하나인 분쟁조정기능을 부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들 국가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힘의 논리」는 협상 결과에도 여실히 반영됐다.부분적으로나마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선발개도국들은 그래도 나은편이나 1차상품을 주로 수출하는 후발개도국의 경우는「먹을 것 없는 잔치상」이 되고 말았다.
후발개도국들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분야는 농산물과 섬유부문.이들 분야에서 선진국들이▲생산자 보조금 인하▲관세 대폭인하▲쿼타확대를 통한시장 개방등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선진국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선에서 약간의 양보만 이루어졌다.
농산물의 경우 프랑스의 주장대로 재고곡물에 대해서는 계속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으며 섬유분야에서도 다른 분야와는 달리 쿼타철폐 기간을 10년이라는 긴 세월로 책정해 놨다.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루이즈 람프레이아 브라질대표는 『브라질의 경우 농산물.축산물 등이 수출주력 상품이나 UR협상 결과 앞으로 몇년 동안은 더많은 보조금이 지급될것으로 보여 수출이 감소되고 실업이 늘어날 것으 로 예측된다』며 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주요 참치수출국으로 수산물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기대했던 필리핀도 협상결과에 대해 실망을 표시했다.
이같은 현실은 결국 국제사회의 현실에 맞게 국가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나라는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말해주는것이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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