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에 세차례 속았다/무기사기사건/변호사인 불 무역상이 돈 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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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방부,2년간 선적 확인않아/국내대리인 조사도 방치
국방부 무기수입 사기사건은 발주된 탄약이 도착하지 않은 사실이 2년동안이나 묵과된 채 동인인물에게 세번이나 속았고 국내 대리인이 문제가 제기된 후 6개월동안 아무런 조사를 받은 흔적이 없는 등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와 은행측에 따르면 문제의 프랑스 무기오퍼상이 처음 허위 선하증권으로 사기를 한 것은 91년 5월이다.
무기오퍼상 FEC사는 국방부와 포탄공급계약을 한 후 88년 12월13일 상업은행에 신용장 개설을 하고 허위증권으로 91년 5월18일 1백78만8천9백달러를 인출했다.
FEC사가 선적했다는 포탄은 도착하지 않았으나 2년 1개월후인 지난 6월까지 도착유무가 국방부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FEC사의 대리인이었던 변호사 후앙 장 르네씨가 대표로 설립한 에피코사는 그후 90년 11월28일과 29일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하고 92년 12월23일과 28일 두 은행에서 각각 1백44만8천달러와 3백43만7천달러를 받아갔다.
모두 가짜 선하증권을 제시하고 찾아간 것이다.
국방부는 외환은행과의 거래가 문제된 후 지난 6월에야 사건을 조사했으나 은행측의 잘못으로만 결론을 지었다.
조사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될 프랑스무기상의 국내대리인 광진무역대표 주광용씨(52)는 지금까지 세차례나 홍콩·대만 등 외국을 드나들며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가 국방부의 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다해도 전혀 활동상의 제약을 받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무기수입 사기사건엔 선하증권의 가짜여부 확인책임이 국방부에 있느냐,외환은행에 있느냐는 차원을 넘어 밝혀져야할 의혹들이 너무나 많다.
한편 은행측은 16일 91년8월부터 2년동안 구두로 확인해 대금지불이 보류된 무기수입이 14건이라고 밝혀 국방부의 『구두확인 받은바 없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은행측은 또 수입물품의 선적확인은 통상 수입업자(국방부)가 해외의 공인기관에 의뢰해 검사증명서를 발송하나 이번 국방부는 포탄제조업자에게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대검 곧 수사착수
대검은 16일 국제무기 사기사건과 관련,포탄구입계약을 체결한 광진교역 대표 주광용씨(52) 등이 대한 자료를 국방부로부터 넘겨받는대로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군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군 특검단에서 수사를 하겠지만 주씨 등 민간인에 대해서는 국방부의 수사협조 의뢰를 받아 검찰에서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광진교역 대표 주씨와 군수본부 관계자의 유착여부가 주된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 기록이 도착하는 대로 기록검토 작업을 벌인뒤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부에 배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경위조사
감사원은 국방부가 수입대금을 사기당한 것과 관련,검찰수사여부와는 별도로 16일 경위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황영하 사무총장은 이날 국방부 관할인 제2국에 경위조사 지시를 내리는 한편 조사결과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국방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방부 자체적으로 내부조사는 거의 마무리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하고 『이번 사기사건이 무기수입체계의 제도상 허점에서 비롯됐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무기수출입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경우에 따라서는 대대적 감사를 벌일 계획임을 시사했다.
한편 감사원은 탄약관련사업은 지난번 율곡특감대상 23개 사업에서 제외돼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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