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운 북한의 쌀풍작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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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해 북한의 쌀농사는 풍작인가,흉작인가.
南韓의 쌀농사가 극심한 냉해등으로 지난해보다 4백만섬 감수한데다 쌀시장 개방으로 농촌이 시름에 빠진 가운데 北韓은 대조적으로『예년에 보기 드문 풍년이 들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우리 정부의 쌀시장 개방에 비난공세를 펴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북한의 이같은「대풍」선전이 과연 사실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수 없다.
북한 보도매체들은 지난달 南浦 청산협동농장과 平壤 만경대협동농장을 시작으로 北韓 전역의 협동농장 결산분배행사를 소개하면서한결같이 올농사가「대풍」이라고 주장했다.
당농업비서 徐寬熙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산협동농장의 결산분배에선『당초 목표보다 알곡의 경우 1백44.4%,과일 1백23%,남새(채소)1백12%,고기 1백80%,누에고치 1백5.6% 초과달성했다』고 발표됐다.또 지난해보다 정보당 벼 1천5백여t,강냉이가 3백40여t 더 생산됐다고 하나 구체적인 작황과개인별.호별 분배몫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9월 이후 계속돼온「풍작」보도는『한국.일본등 여러 나라들이 농사를 망쳐 아우성』이라는 보도도 곁들이며 金日成.金正日치적을 선전했다.
노동신문 9월29일자는 논설에서『올해 또다시 예년에 보기 드문 대풍작을 거두었다』고 주장하고「가을걷이에 모든 힘을 집중하자」고 독려했다.
北韓은 공식매체를 통해 농작물의 양호한 작황,가을수확 모습등을 전하고 벼.옥수수의 ㏊당 생산량,이삭당 낟알수등을 들어「예년에 없는 풍작」이라는 주장을 펴왔으며「풍작 보도」지역은 서부의 평안도.황해도에 집중돼있다.
金日成까지 나서 「풍작」을 선전할 정도로,그는 8월31일 황해남도내의 여러 협동농장을 현지지도하면서『연백벌의 농업근로자들이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농사를 잘 지어 예년에 없는 대풍작을 마련했다』며 만족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韓國.日本.中國등 주변국들이 극심한 냉해로 흉작을 보였는데도 유독 북한만「풍작」을 선전하고 있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8월말 발표된 金成勳 중앙대교수 연구팀의 조사보고는『北韓의 농작물은 금년에 기후불순으로 냉해를 입어 쌀은 예년에 비해 30% 감산이 예상된다』고 지적,『9월에 기후가 호전되지 않는한내년까지 적어도 2백50만t의 곡물부족상태에 빠질 전망』이라고결론지었다.
10월초에는 농촌경제연구원 북방농업실이『금년의 냉해현상에 따라 북한의 주곡인 쌀생산량이 평균 31%,옥수수.콩은 30%씩감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예상 곡물총생산량은 3백42만t으로 총수요량 6백59만t(精穀기준)의 절반정도 밖에 충당할수 없다는 전망이었다.
최근 북한은 식량난 해결을 위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할 것이란보도도 있었고,무역진흥공사가 9월1일 작성한 한 농업보고서도 北韓이 최근 우리 종합상사에 곡물공급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한 점으로 미뤄 북한의 쌀 작황은 그들의 선전과 거 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韓이 三星물산.대우.럭키금성등 종합상사의 해외지점에 태국.
베트남산 쌀과 중국산 옥수수,미국.캐나다산 소맥등을 공급하도록요청하고 결제는 참기름등과 현물교환을 통한 바터방식을 제안해왔다는 것이다.
北韓이 금년초부터 8월까지 통관베이스로 63만4천t의 곡물(옥수수 26만8천t,소맥 26만t,쌀 8만4천t)을 중국.캐나다.태국등에서 수입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北韓이 곡물수입에 보이는 적극성은 배급곡물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할수 없다는 절박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北韓은 10월8일 개최된 당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내년2월25일의「사회주의 농촌테제 발표 30주년」에 즈음해 전국농업대회를 거행하는 동시에 다양한 정치행사를 갖기로 결정한만큼 주민들에게「흉작」인상을 남겨서는 안될 입장에 놓여있다.
金日成이 노구를 이끌고 올해 8차례나 농업부문에 집중현지지도를 한 것도 긴박한 식량사정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北韓은「농촌테제 30주년」을 앞두고 식량수입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전망된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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