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감상실>호그우드 지휘 천지창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한 하이든의『천지창조』는 베일에 싸여있던 태초의 신비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담아내고 있다.
제1,2부에서는 6일간의 천지창조를,제3부에서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담은 이 곡은 전3부 33곡으로 구성돼 있다.고대아카데미 합창단 및 관현악단의 연주는 이탈리아풍의 섬세.화려함과 독일민요를 떠올리게하는 소박한 선율을 잘 조 화시키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BBC의 자연사연구팀이 촬영한 세계 여러나라의 비경장면이 삽입된 1,2부다.아직도 태초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오지에서 촬영된 이 영상들은 천지창조의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사용되면서 음악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상자체도 교육용으로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귀중한 자료다.
영국출신의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이른바「정격음악」혹은「고음악」이라 불리는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이 정격음악은 음악이 만들어진 당시의 기법이나 악기형태를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호그우드는 고대음악아카데미 를 70년대초에 조직,철저한 음악적 고증에 근거한 연주회를 개최함으로써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았다.이 LD에서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정격음악다운 엄숙미가 잘 나타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