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국회… 정국급냉/예산안 시한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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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자 오늘 재강행 민주는 장외투쟁/기습처리… 육탄방어… 「문민시대 헌 정치」/이 대표 “영수회담 열자”… 청와대서 거부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둘러싼 후유증으로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야당은 예산안 날치기 통과와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장외투쟁을 계획하고 있고 여권은 이에 대한 물리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어 정국은 장외에서 힘 대결로 치달을 전망이다.<관계기사 3,4,5,23면>
이기택 민주당 대표는 3일 오전 예산안 처리를 포함,정국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으나 청와대와 민자당측이 이를 거부한채 이날중 예산안 본회의 강행처리를 재차 시도할 방침이다.
따라서 3일의 본회의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오전 양당은 총무회담을 가졌으나 2일의 사태를 놓고 서로 책임전가 비난전만 벌여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무효화를 선언하고 4일 「쌀시장 개방저지 대책위」를 발족,7일부터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벌여나간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와 민자당측은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3일 오후 이만섭의장 사회로 본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러한 정국경색을 풀기 위해 당정개편을 예정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국회는 2일 자정쯤 본회의에서 민자당측이 42조2천5백억원의 새해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추곡수매 동의안을 강행처리하려 했으나 민주당측의 저지로 무산돼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을 넘겼다.
민자당측은 이날 농림수산위·재무위·예결위에서 예산안 등을 기습 상정,날치기로 통과시켜 여야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마지막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육탄방어하는 바람에 강행처리에 실패했다.
민자당측은 이날 오후 11시40분쯤 날치기 사회를 거부하는 이 의장으로부터 대리사회 지명을 받은 황낙주부의장을 내세워 본회의 의장에서의 기습처리를 시도했으나 단상을 점거한채 대기중인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떼밀려 나갔다.
황 부의장은 본회의장 진입과정에서부터 여야 의원 및 보조관 등이 한데 엉켜 벌이는 몸싸움에 밀려다니기 시작,30여분간 시달리는 바람에 한때 거의 실신상태에서 3일 새벽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이날 농림수산위·재무위·예결위에서 민자당측에 의해 예산안·법안들이 날치기 처리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 및 관계자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정시채 농림수산위원장·김영진의원(민주) 등이 얼굴에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자가 여러명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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