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출」 법대로 마무리/김승연회장 왜 끝내 구속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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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호화생활” 비난 여론 크게 작용/경제충격 고려 검찰 한때 고심
정·재계 등 각계의 관심을 끌어온 매출액 규모 국내 9위의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7개월여만에 구속이란 강수로 마무리됐다.
4월 경실련의 수사의뢰이후 검찰은 해외체류중이던 김 회장의 ▲국내 재산 해외도피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를 내사해오다 10월5일 갑자기 귀국한 김 회장을 10월13일과 11월3일에 이어 30일 세차례 소환조사했었다.
그동안 경제계 등에서는 그룹 회장에 경영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특성과 회복기에 접어든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김 회장에 대한 수사는 혐의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불구속기소 정도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었다.
○외부의견 수렴
그러나 검찰은 김 회장을 구속하면서 「만인은 법앞에 평등」을 강조함으로써 문민시대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를 전례없이 나타냈다.
검찰은 구속수사 배경에 대해 『김 회장이 장기간에 걸쳐 국내 경제사정을 외면한채 외국환관리법 위반행위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검찰은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으나 『김 회장을 구속하기까지 일선 지검장을 포함한 검찰 수뇌부와 수사검사는 물론 경제계 등 외부인사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밝혀 사생활에 대한 비난여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에게 적용될 죄명은 기소단계에서 특정될 것이지만 영장에 나타난 혐의사실로 보면 외국환관리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3배이하 벌금
외국환관리법은 「내국인은 ▲외국환관리법,또는 대통령령으로써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 부동산을 취득해서는 안되며 ▲재무부장관의 인가없이 외국은행 등에 대한 채권(예금 등)을 취득한뒤 이를 소멸(인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은 이를 위반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형과 빼돌린 액수의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따라 김 회장은 4백70만달러의 해외부동산을 사들이고 1백10만달러의 예금을 빼돌린 영장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정 최고형량은 징역 15년(병합가중)에 벌금 1천7백40만달러(한화 1백40억여원)가 된다.
검찰이 『김 회장의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범죄사실에 맞게 신병처리 문제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것은 혐의사실이 불구속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구속사유 충분
그나마 83년 김 회장이 공사 중개수수료 6백70만달러를 곧바로 외국은행에 입금시킨 행위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재산 국외도피에 해당(징역 10년 이상 무기)되지만 공소시효 7년이 넘어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89년이후 예금인출과 부동산 취득행위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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