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2TV 드라마게임 한마리작은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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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일밤 방송된 KBS-2TV『드라마 게임-한마리 작은새』(김준일 극본,김종식 연출)는 사회적 주제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테마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한마리 작은새」는 가출한 재수생 아들을 둔 한 고참형사가 젊은 공장근로자를 조사하면서 젊은이들의 방황에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공감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지금까지『드라마 게임』은 메시지의 분명한 전달을 위한 도식적인 상황설정이 오히려 현실감을 반감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전형적인 모델을 설정해 예견된 결론까지 내려주는 조급함 때문에 메시지의 수용을 강요한다는 인상이 짙었다.
또 메시지의 성격도 보수적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즉 남녀문제에 있어서는 남자,고부갈등은 시어머니,세대갈등은 기성세대의 입장에 서서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한마리 작은새」는 이전 드라마들과는 달리 다 보고 나서도메시지가 와닿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높지 않다.대사는 절제되고 주제전달을 위한 직설적 외침도 없다.
오히려 얼핏 주제와는 무관한 듯한 공장근로자 동진과 미순의 데이트 장면이 길게 묘사된다.영화 한편보고 자장면 사먹고 나면데이트 비용이 떨어지는 이들의 소박한 만남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극중으로 끌어들인다.야근을 끝내고 집에 누 워있는 남형사와 보호실에서 잠든 공원 동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마지막 장면은 한마디의 대사 없이도 강한 울림을 갖는다.이 드라마의 주제전달방식은 바로 이 여백을 통한 속살거림이다.
「한마리 작은새」는 테마드라마가 어떤 주제를 전달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일깨워준 한편이었다.단순히 주제를 전달하는 것은 토론프로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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