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방미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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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명박 수여 아메리칸대 지명도싸고 한때 고심/김 대통령 매일 운동하자 미 경호원들 놀라며 “수퍼맨”/귀국길 알래스카서 휴식 고려했다 “돈 많이 든다” 취소
김영삼대통령은 8박9일의 방미기간동안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이번 방미에 얽힌 뒷얘기를 정리해본다.
○…청와대는 김 대통령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미국대학과 관련,아메리칸대학의 지명도와 수준이 김 대통령의 국내외 위상에 적합한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다는 소문.
청와대는 김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몇몇 미국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다고 제의해왔는데,아메리칸대학이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국내 정치인들이 이 대학에서 수학한 점 등을 의식,처음에는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는 얘기.
그러나 아메리칸대학이 아이젠하워·케네디 전 대통령 등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을뿐 아니라 개교 1백주년인 금년 2월 클린턴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고 김 대통령이 받을 경우 외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이 고려돼 김 대통령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대학으로 낙착.
학위수여식장에서 아메리칸대 학생회는 앞면에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김영삼과 빌 클린턴은 1993년 동창생」이라고 쓰인 T셔츠 두벌을 선물해 장내에 폭소.
○…김 대통령에 대한 경호업무를 맡은 미측 경호요원(SS)들은 김 대통령이 방미중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수영이나 조깅을 계속하자 우리측 경호관들에게 『김 대통령은 「수퍼맨」인 것 같다』며 김 대통령의 건강에 찬사.
특히 김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중 숙소인 영빈관을 지키는 미측 경호요원들은 김 대통령이 새벽 조깅을 시작하기 1시간전인 4시쯤부터 조깅장소인 조지 타운대 조깅트랙 주변을 샅샅이 뒤져야 하는 고달픈 작업으로 하루일과를 시작.
○…김 대통령은 이번 방미길에 체류한 LA·시애틀·워싱턴 세곳에서 교민리셉션을 베풀 때마다 참석한 교민들에게 한결같이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적응해 살아가달라』고 교민들의 「미국화」를 당부.
출국전 김 대통령이 이말을 해도 좋은가를 놓고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토론이 있었다는 후문.
이는 자칫 교민들이 『고국에 기대거나 쳐다보지 말고 살아가라』는 뜻으로 오해하고 서운해할 것을 우려한 때문.
○…김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에서 핵심문제에 대해 직접 담판을 시도하고 확대 정상회담을 거의 무시하는 등 새로운 패턴을 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김 대통령은 「핵주권」을 겨냥해 현재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남북 상호사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논란을 빚고 있는 팀스피리트 훈련중지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정부가 중지를 결정할 경우 반드시 한국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클린턴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당초 귀국길에 알래스카에서 1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이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면서 시차조절 및 휴식을 위해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1박을 건의했다는 것.
이에 김 대통령은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라고 물어 보고 실무진이 『항공기 추가임대료 및 수행원 수식비로 5억원이 더 든다』고 보고하자 『많은 돈을 들면서 쉴 필요가 있느냐. 바로 돌아가자』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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