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수지맞추기 비상-신탁은행 대한증권매각 계기로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본격적인 금리자유화 첫해에 벌써 은행경영에 비상이 걸렸다.이제는 기업부실이 문제가 아니라 은행부실이 당면 현안으로 떠오른것이다. 계속된 불황의 여파가 이제 시차를 두고 은행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고 있는데다 종전 규제금리 아래서의「구닥다리 은행 경영」이 이제서야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그래도 실속을 다져왔던 은행들은 사정이 좀 낫지만 번듯한 겉치레 경영속에 안으로 멍들었던 은행들은 이제「사후평가」를받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게 생겼다.
올해 결산을 앞두고 최근 당국과의 쉬쉬하는「물밑 작업」끝에 자회사인 대한증권을 판다는 방침을 밝힌 서울신탁은행의 경우가 사례 1호다.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해당 금융기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나라 안팎으로까지 문제가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고민이다.
서울신탁은행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실제로는 배당을 거의 하지못할 지경이었음에도「대외적인 신인도」를 고려해 4%의 배당을 실시했다.
그러나 말이 신인도지 실제로는「체면」을 생각했던 것이었고,급기야 올해는「제대로 결산을 하라」는 금리자유화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회사를 팔아 결산해야 하는 상황이 뒤늦게 노출된 것이다. 지금 우리 은행은▲금리등 가격자율화와 업무규제완화에 따른경쟁 가속화▲금융실명제에 따른 假.借名과 꺾기등에 의한 예금증대의 한계▲국내 금융시장의 개방가속화에 따른 외국 기관과의 경쟁 과열등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대변화를 눈앞에 두 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은행이 그동안의 방만한 경영에 물려 고전하고 있어 앞날이 어둡다.
서울신탁은행의 경우 은행감독원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부실여신(회수 의문+추정손실)은 지난 6월말 현재 4천38억원이다.그러나 6개월이상 원금상환이 연체되고 있는 대출까지 합친다면 지난해말 현재의 부실여신은 자그마치 1조4천억원대로 전체 대출중의 비중이 10%에 이른다.
상업은행의 경우 漢陽이라는「공룡」에 물린 반면 서울신탁은행은신발.섬유업체등 많은 중견.중소기업에 발목이 잡혀 있다.올해 문제가 된 라이프주택만해도 담보가 충분해 별 문제가 없는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여러곳에 분산돼 있어 회 수.정리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특히 전임 金俊協행장시절 대출심사때 실무진에서『아무래도 위험하다』고 해도 경영층에서 해주라는 지시가 내려와 나간 대출이 결국 상당수 문제가 됐다고 서울신탁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신탁은행은 대한증권을 팔기 위한 공개경쟁입찰을 12월중 공고할 계획인데,제일은행과 몇몇 그룹등 5개정도의 회사에서 인수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전체의 지난 6월말현재 대출중 부실여신(2조9천4백78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며,이에 따른 貸損충담금 적립액이 올 상반기중 4천5백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88%나 늘어났다.이같은 전반적인 여건악화에 따라 올 해 은행의 업무이익에서 대손충당금이나 세금을 뺀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겨우작년의 10분의1 수준인 1.7%에 그칠 전망이다.
결국 우리 은행이 거듭나려면 먼저 은행 스스로 변해야 한다.
경영을 부실하게 한 경영인에 대해선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경영을 잘못했으면 과감히 배당을 중지하고 주주들에게 이를 공개해야 하며 인원감축.기구축소등 과감한 감량경영을 해야 한다는지적이다.
〈梁在燦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