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수능 출제본부 이모저모-吳교육 방문때도 주머니 검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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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차 修能시험이 치러진 16일은 출제업무를 맡았던 1백50명의 요원들이 꼭 한달간의 감금생활에서 풀려나는 날이다.
시험종료벨이 울리기 직전인 오후4시 조금 넘어「해금」된 출제위원(교수)59명과 검토위원(교사)33명,국립교육평가원 관계자및 경비경찰등의 표정은 그러나 밝지만은 않다.
외곽경비요원으로 출제본부일에 참여했던 충주경찰서 정보과소속 柳吉煥경장(37)이 14일 과로탓으로 추정되는 심장마비로 순직했기 때문.감금신세 때문에 조문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은 출제본부에서 풀려날 때 柳경장에 대한 장례마저 이날 오전 이미 끝나버려 즉석에서 거둔 조의금만 유족측에 전달하며 작별의 슬픔을달랬다. 이들의 감금생활이 시작된건 지난달 17일.
출제본부는 충북중원군상모면온천리 수안보상록호텔로 선정됐다.4층건물 독채를 전세냈고 정문엔「내부수리중」푯말이 내걸린채 굳게잠겨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유명한 온천지역이지만 이들에겐 호텔지하의 온천사우나조차 두차례 정도씩 제한됐을 정도로 행동반경이 엄격히 제한됐었다.
출제위원들은 특히 1차시험때와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유사한 문항의 반복출제를 피하기위해 1차시험문항을 모델로 씨름했고,검토위원들도 덩달아 엄청난 애를 먹어야했다.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못하는「斷酒방침」과 외부방문자에 대한 검색작업도 여전히 엄격해 지난주 격려차 방문했던 吳炳文교육부장관은 1차때 이어 또다시 호주머니까지 샅샅이 검색을 당했다.특히이번엔 1차출제때 출제본부안에 임시로 마련했던 간이 가라오케시설이「불허」돼 더욱 삭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모두 셀프서비스로 이뤄졌고 외부로 걸수있는 전화는 모두 끊겼다.
여닫을 수 없게 밀봉된 창문을 통해 먼산의 단풍을 바라보거나옥상에 그물을 치고 만든 임시 운동장에서 탁구나 배드민턴을 치는게 여가활동(?)의 전부.
59명의 출제위원중 1차때도 출제에 참여했던 27명의 교수들은『그래도 한여름 바캉스철이었던 1차때보단 선선한 날씨때문에 좀 나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올 大入에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수능시험의 産苦를 톡톡히 겪은 이들은 고인이 된 柳경장에 대해 숙연한 조의를 표하며 전세 귀가버스에 올랐다.
〈金錫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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