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컬렉션,적극 마키팅 수단 자리매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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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 패션계에도 트렌드컬렉션이 자리잡아가고 있다.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트렌드컬렉션은 90년부터 시작된 서울패션디자이너협회(SFA.회장 朴항치)주최의 봄.가을 정기컬렉션.
여기에 올봄에는 양성숙.안혜영등 신진 패션디자이너들이 꾸미는「뉴웨이브인 서울」(회장 양성숙)이 가세했고,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회장 이미원)도 올가을부터 「KFDA컬렉션」을 트렌드컬렉션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지역적으로는 대구패션협회(회장 전상진)가 91년부터「뉴웨이브인 대구」라는 이름으로 트렌드컬렉션을 하고 있다.
또 「뉴웨이브인」을 주관하고 있는 라인 CC(대표 李載淵)는앞으로 부산.광주지역에까지 지역컬렉션을 확장시킬 계획을 밝히고있다. 트렌드컬렉션이란 매년 봄에는 가을.겨울옷,가을에는 봄.
여름의상을 미리 선보이는 컬렉션으로 다음 시즌의 유행전망을 미리 제시,옷주문을 받는등 상거래를 위한 바이어와 매스컴에 대한패션행사.
李信雨.李英姬.秦泰玉씨등 3명의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참석해 화제를 모았던 파리컬렉션.밀라노컬렉션.뉴욕컬렉션.도쿄컬렉션등이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렌드컬렉션이다.
내년 봄.여름의상을 선보이는 올가을 트렌드컬렉션은 대구컬렉션이 지난달 끝났고 KFDA컬렉션이 9일 하얏트호텔,SFA컬렉션은 18~21일 한국종합무역전시관(KOEX),뉴웨이브인 서울이24일 서울 르네상스호텔등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SFA는 당초 트렌드컬렉션을 위해 李信雨.秦泰玉씨등 12인의중견 패션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모임.
이 컬렉션은 이들 정규회원과 준회원들이 참가해 한국패션디자이너의 세계진출을 꾀하고,외국바이어를 대상으로 한국 트렌드를 발표하며 국내 유통구조의 변혁을 도모한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출발했다.이를 위해 동경컬렉션이 끝난 다음날로 일정을 잡아 연계개최하고 있는 것도 특징.
뉴웨이브인 서울은 한국패션의 2세대들이 자신들의 창작품 발표장으로 활용하고 패션마키팅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컬렉션을 시도중이다. 이 두 컬렉션이 본격적인 패션마키팅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비해 KFDA의 성격은 다소 모호한 부분도 있다.
이 협회가 본래 문화체육부 산하단체로 그동안 문화행사로서의 패션쇼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단체인 만큼 철저한 상거래 정신으로무장해야 할 트렌드컬렉션에서 기존의 문화적 향수(?)와 상업을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 과제.
이러한 일각의 걱정스러운 시각에 대해 KFDA측은 이번 컬렉션에서는 보여주기만 하는 옷을 배제하고 입는 옷을 선보이겠다고밝힌다. 현재 우리나라 패션은 아시아권에서도 일본.싱가포르.홍콩.대만 다음으로 취급될 만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유명디자이너들이 외국디자이너의 복제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패션계는 이러한 트렌드컬렉션의 활기가 우리 패션의불명예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트렌드컬렉션이 정착되기까지는▲해외홍보와 바이어유치의 소극성▲디자이너들이 일회성 쇼에만 만족하는등 상거래 의식의 미약▲쇼에 나온 옷과 파는 옷의 괴리▲높은 수입원단 의존도▲패션업계가 재고부담을 지는 우리나라 패션유통 구조의 취약성과 유통업계의 개선의지 미약등 넘어야 할 산이 높고 험하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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