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힘 교육에 달렸다”(선진교육개혁: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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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우선 과제는 2세 잘키우는 일/“교육도 상품”… 앞다퉈 투자/위기 못느끼는 우리만이 “머뭇”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세계는 지금 국가경쟁력의 대란을 겪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몸부림은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처절한 총력전의 양상이다.
누가 더 잘 살고 질 높은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경쟁­. 그것은 국민의 실력과 그 국민이 만드는 국가적 생산력에 의해 판가름난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질좋고 경쟁력 있는 국민을 키워내는 싸움,즉 교육전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식 교육에 만족하며 바깥을 외면해도 되던 시대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 선진국들은 이미 「교육도 상품이다」라는 개념을 실천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개발도상국·저개발국들도 저마다 선진국이 되는 열쇠를 교육에서 찾고 있다. 미국은 『우리 학교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연구·고심하던 시대는 지났다. 결론이 난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91년 부시 대통령)며 1등자리를 지키기 위한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이상 좇을 나라가 없다』는 일본은 84년부터 자국에 교육개혁을 채택,3년째 본격 실행중이다. 유럽국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곧 후진국이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부활」의 불씨를 교육개혁으로부터 지피고 있다. 우리가 한수 접어주던 동남아에서도 교육개혁바람은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현지 주재 특파원외에 기자 9명을 약 한달씩 이들 지역에 파견,선진교육의 현장을 샅샅이 취재하고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조목조목 챙겨봤다. 취재팀이 한결같이 느낀 것은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절박함이었다.
과연 우리의 교육은 지구촌을 돌며 날로 치열해지는 다른 나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 것일까. 비정상적인 대학입시외에 경쟁다운 경쟁이 있기나 한가. 가정과 사회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를 생각하는 소위 인간화 교육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매년 30만명씩 쏟아지는 대입 낙방생들에게 열등감과 박탈감을 극복할 진로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었는가. 우리의 과학기술교육은 국가경쟁력에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학교교육과 직업세계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과외로,학원으로 쏟아붓는 엄청난 돈을 공교육비로 흡수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사립대학의 돈타령은 언제까지 게속될 것인가.
미국 MIT대의 한 교수는 이제까지의 한국경제 발전을 칭찬한뒤 『그러나 이제 그만 베껴먹어라』고 일갈했다. 또 한국을 추적목표로 지목해왔던 일부 동남아 사람들은 『한국은 더이상 모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주입식 대량교육으로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국가발전을 가져온 것은 대견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낡은 방식으론 우리의 목표인 전인교육,그리고 국제경쟁력 있는 교육은 한계에 달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고쳐나가야 할 것인가를 찾아내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대로 우리가 한단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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