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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실시3개월>중소유통업-매출 갈수록줄어 자금난 가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점포정리 폭탄세일,30~60% 세일」 서울영등포구당산동2가30의2 영등포 유통센터 1층.한 점포 유리창에 나붙은 문구가실명제 실시후 중소유통업체들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실명제 실시 처음에는 사실 우리같은 작은 업체가 무슨 영향이 있으랴 싶었지요.어차피 私債시장과는 거리가 멀었고 무자료거래에 대해선 세금을 그만큼 더 낼 각오를 하면서 그저 열심히 일하면 될줄 알았어요.』 영등포 유통센터내 B상사 李廣夏사장(32)은 요즘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에 걱정이 태산이다.
기업체를 상대로 기념품과 수첩 등을 주문받아 판매하는 B상사는 판매실적이 실명제 전보다 30%이상 줄어들었다.
2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李사장은 가게 임대료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선 한달에 최소한 2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줄어드는 주문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9월 李사장은 추석을 앞두고 급전이 필요해 자신의 적금불입액을 담보로 3백만원을 대출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실명제후 중소 유통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급격한 매출감소 현상이다.
무자료거래 시장이 양성화하면서 세금계산서 발급 등 거래가 상당부분 투명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거래위축으로 매기가 좀처럼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상인들의 밀집지역인 영등포 유통센터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꽉 차있던 점포들이 최근 전체상가의 3분의1이 텅 빈채「점포임대」 쪽지만 즐비하게 붙어있다.
『매출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통 돈이 안 돌고 있습니다.정부에서 중소업체들에 그렇게 많은 돈을 풀었다는데도 돈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서울구로구 구로전철역 앞에 위치한 구로기계공구상가내 D베어링상사 朴在俊사장(37)은『매출부진과 함께 실명제로 돈의 흐름이 막혔다』며 하소연이다.서로 돈을 받으려고만 하지 주려고는 안하는데다 점포마다 현금 그대로 보관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가주변에 위치한 K은행 창구직원 金모양은『실명제 전엔 하루에도 몇번씩 은행에 들르던 상점주들이 요즘은 이용횟수가 1주일에 한번꼴로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한다.
은행거래를 함으로써 적은 액수라도 자금이 노출되면 그만큼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구로기계공구상가의 경우 사채 어음할인이 일부에서 되살아나기는했으나 어음할인율이 이전의 월 2푼~2푼5리에서 최근 2푼5리~3푼으로 올랐다.
龍山.세운전자상가는 실명제이후 무자료거래가 사라지면서 전자제품의 도매가격이 크게 올라 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갈수록줄고 있다.K사의 5백14ℓ 냉장고의 경우 실명제전 84만원에거래됐으나 최근엔 87만원으로 올라 대리점 가 격인 91만원과별 차이가 없다.
구로기계공구상가내에서 베어링을 팔며 소규모 어음할인도 한다는全모사장(59)은『세금문제도 큰 걱정』이라면서 지난 9월 사업자 소득세 예정신고때 10%를 높였다고 전한다.실명제 초반 예상했던 것보다 피해가 적어 안도 했던 중소상인과 재래상가의 상점 주인들은 시일이 지나면서 마치「마른 솜에 물 스며들듯」퍼져가는 매출부진.자금난등 실명제 대가를 치르느라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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