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湖西義兵事蹟 번역 출판 한학자 이구영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학자 老村 李九榮씨(74)가 최근 『湖西義兵事蹟』을 편역해냈다. 『湖西義兵事蹟』은 李씨의 부친인 李胄承.숙부 肇承이 구한말 제천에서 일어난 의병장 柳麟錫의 막하로 의병운동에 투신해남긴 2백여종의 기록이 주내용이다.
『의병기록이라 일제때 몰래 감추고 지키느라 가족들이 무진 애를 썼습니다.번역은 이들 기록을 힘들게 지켜온데 대한 보답의 뜻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75년무렵부터 번역을 시작해 이제막 출판을 끝낸 李씨의 감회는 남다르다.구한말에서 시작한 민족의 수난기에 의병을 택한 선대와는 달리 좌익운동에 몸담아 집안식구는 물론 자신도 오랜 辛酸의 세월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李씨가 번역을 시작한 곳은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돼 있던 대전형무소 담장 안이다.李씨는 인조때 명신이었던 月沙 李廷龜의 후손.어려서 독선생을 모시고 한학을 익힌 李씨는 19세때 서울로 올라와 신학문을 배우면서 사회주의사상에 접했다.완 고한 유생집안의 장자로서 쉽게 생각할수 없는 길이었지만 문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방공간에서는 조선공산당 재건파로 활동했다.그는 전쟁중인 50년에 월북해 8년동안 북한에서 당원생활을 했다.
그후 58년 남으로 다시 보내진 李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80년 출옥까지 장장 22년동안 囹圄의 생활을 했다.
『젊은세대에게 쉬운말로 널리 읽힐수 있게 함으로써 의병정신에일관돼 있는 민족자주정신과 애국애족에 기초한 불굴의 민족정신을알리고자 한 것이지요.』 李씨는 출소후 퇴락한 집안과 자신의 옥수발을 하느라 늙고 병든 동생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길과는 달랐지만 先代가 의병운동을 통해 남긴 민족자주정신을 세상에 널리펴야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李씨는 지난 86년『글로써 벗을 사귄다』는 글귀에서 딴 以文학회를 만들고 현재 학생.주부.문인들에게 한학을 가르치며 조용한 삶을 보내고 있다.
李씨는 『여력이 있으면 의병사를 한번 써보고싶다』며 마지막 뜻을 밝히고 있다.
해제를 쓴 尹炳奭교수(인하대)는 유인석을 수행해 서간도로 간李肇承의 『西行日記』를 포함해 이번에 번역된 자료들이 『의병항쟁 종료 이후 의병동지들이 서간도로 가 망명생활을 하면서 서로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여전히 굳건한 抗日義氣를 지니고 있었음을생생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尹哲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