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일 양국 시심으로 통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 잡지가 한일 시 교류의 물꼬를 텄다.

한국의 문예 계간지 ‘세계의문학’과 일본의 문예 월간지 ‘겐다이시데쵸(現代詩手帖)’는 최근호에서 상대 국가의 대표시인 10명을 서로 소개하는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공동 특집은 한일 두 나라 문예지 사이에서 최초의 시도다.

지난해 두 잡지는 ‘한일 시 교류’란 주제의 공동 특집을 기획하기로 합의했다. 계기가 있었다. 2005년 12월 7일 일본 아사히 신문이 한국시인 최영미씨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본지가 지난해 1월 24일자 1면에 ‘한국 시 일본서 열풍, 문학 한류까지 뜬다’란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 두 잡지는 크게 고무됐고, 정기적인 시 교류를 약속했다.


두 잡지는 이어 1950년 출생 이후 시인 중에서 10명을 선정했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을 우선적으로 소개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한국에선 최승호·김혜순·김기택·박주택·박상순·나희덕·권혁웅·이원·김선우·문태준 시인 등 10명이 뽑혔다. 당대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로, 이중 최승호·김혜순·김기택·문태준 시인은 본사가 주최하는 미당문학상의 역대 수상자다.

일본에선 노무라 키와오(野村喜和夫)·이토 히로미(伊藤比呂美)·히라타 토시코(平田俊子)·타카가이 히로야(高貝弘也)·다구치 이누오(田口犬男)·와고 료이치(和合亮一) 등 10명이 추려졌다. 다카미준(高見順)상, 겐다이시 하나츠바키(現代詩花椿)상, 나카하라 추야(中原中也)상 등 일본의 유수한 시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들이다

‘세계의문학’은 가을호에서 일본 시인들의 대표작 3편씩과 한국 시인들의 신작 2편씩을 소개하고, ‘겐다이시데쵸’는 한국시인의 작품 중에서 아직 일본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골라 시인별로 3∼5편씩 실었다.

‘겐다이시데쵸’의 타카기 마사후미(高木眞史) 편집장은 “한국의 시가 이토록 다양하고 재미 있는 줄 몰랐다”며 “이번 공동 특집을 통해 한국이 시의 나라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시가 읽히고 시집이 팔리는 이유를,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가 등장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일 시 교류’ 기획특집을 진행한 번역가 한성례(51) 씨는 “이번에 선정된 시인들이 두 나라의 시 세계를 완전히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한일 양국간에 본격적이고 정기적인 시 교류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잡지는 앞으로 시집 출간 등을 통해 양국 시인들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다.

손민호 기자
 
◆‘겐다이시데쵸(現代詩手帖)’와 ‘세계의문학’=‘겐다이시데쵸’는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시 전문 월간지다. 시쵸사(思潮社)가 58년 창간했고, 시쵸사에서 간행한 ‘현대시문고’ 시리즈엔 일본 현대시인들이 총망라돼 있다. ‘세계의문학’은 민음사가 76년 창간한, 한국을 대표하는 문예 계간지 중 하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