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빗나가는 신경제 물가/10월 0.5% 상승 어떻게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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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공료 인상 줄줄이 대기 내년 더 불안/당국선 농산물값 떨어져 목표선 낙관
정부는 지난 7월초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물가를 5% 이내에서 잡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나 4개월이 채 못되어 그 약속은 깨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치(6%)를 크게 밑도는 4.5% 미만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수물가가 이처럼 억제선을 넘어 경제주체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주부들이 장바구니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욱 심각하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속의 고물가현상)이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경계심도 생긴다.
물가는 올해도 올해지만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무엇보다 내년초부터 공공요금 인상이 줄지어 서 있다. 내년 예산안에 이미 반영된 인상계획을 보면 ▲철도요금 9.8% ▲우편요금 9% ▲국립대 납입금 7% ▲고속도로 통행료 6.4% 등이다. 여기에 올해 인상분이 내년으로 이월된 택시업계도 큰폭의 요금인상을 요구할 태세다.
휘발유와 경유의 특소세율이 오름에 따라 기름값도 오르게 돼있다. 경유 등을 쓰는 버스 등 운수업자들도 요금인상을 요구할 꺼리가 생겼다. 수도 및 전기요금도 들먹거리고 있으며 담배값도 소비세 인상에 따라 지금보다 최소 1백원 정도 오르게 돼있다.
재산세 과표현실화가 추진됨에 따라 이것이 건물임대료에 얹어질 가능성이 있으며,특히 세금부문에서 실명제가 서서히 위력을 드러낼 상황도 미리 감안해야 할 형편이다.
그동안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던 부동산임대업자나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드러남으로써 이들이 새로운 세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이 하성규 중앙대 교수의 지적이다.
물가불안의 그림자는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상황인데 물가를 보는 당국의 입장은 어떤가. 그다지 긴장하는 표정들이 아니다.
경제기획원은 지난 9월중 물가가 0.5% 올라올 억제선에 꼭 찼는데도 냉해에다 추석이 끼여 불가피했으나,예년의 경우로 볼때 추석이 지나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예산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낙관적이다. 출하가 증가하면서 올해의 물가 주범인 농산물값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연말까지 물가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지난 4월 업계가 자율결의를 통해 「올해 공산품가격은 올리지 않겠다」는 말만 믿고 공산품쪽도 별 문제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10월까지 공산품가격 오름폭은 3.4%로 작년 같은기간의 2.1%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일부 공산품은 포장만 바꿔 값을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값이 오르는 품목에 대해 공급을 늘릴 것인지,수요를 억제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들은 부차적인 것들일 수 있다. 그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안정을 이루겠다는 의지며,물가를 물가정책속에서만 다루지 않고 전반적인 경제흐름 안에서 파악하는 자세』라고 김인호 소비자보호원장은 강조한다. 물가당국은 당연히 통화정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하며 부동산시장도 여려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통화증가율이 높아도 실명제로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시각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김남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실명제가 일부 계층의 소비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는데만 안주하지 말고 부동산도 아니라면 풀린 돈이 어디로 쏠릴 것인지 미리 짚어보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제시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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