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싸고 강온 팽팽(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 핵개발 시간줘선 안돼… 단호히 대처해야/여/줄 것은 한꺼번에 주고 일괄 타결이 바람직/야
29일 국회의 통일·외교·안보분야의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북한 핵문제가 최대의 안보현안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그 처방에 있어서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여당은 비관론을 전제로 한 보다 단호한 협상전략을 촉구한 반면 야당은 낙관론을 바탕으로 「줄 것」은 한꺼번에 주고 일괄 타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당인 민자당 의원들은 정부의 대북한 유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으나 야당인 민주당측은 오히려 정부의 노선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뒤바뀐 입장이 되었다.
민자당 소속의원들은 『북한의 대남전략은 아직 단 한치의 변화도 없다』(이웅희의원) 『화해협력단계조차 깨어지고 과거 불신과 반목을 거듭하던 시기보다 오히려 냉랭한 분위기다』(조용직의원)고 했다. 또 『북한은 주는 것이 없다. 우리 민족을 볼모로 핵무기 개발 완료를 위한 시간벌기만 했다』(구창림의원) 그런데도 『안보관은 선반위에 올려 놓아졌다』(이웅희의원)고 걱정했다.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우호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여 핵사찰을 요구할 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을리 없다』(한화갑의원)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실질적인 위험이라기보다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닌 「위협용 핵카드」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차에 따라 정부정책에는 여당 의원들이 오히려 더 큰 불만을 표시했다.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밝힌 민족우선주의와 한완상 통일원장관겸 부총리의 기본적인 대북한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부총리는 28일 답변에서 『유화책과 강경책이 같은 효과를 낸다면 유화책을 써야 한다. 유화책을 다 쓴뒤에 강경책을 쓰면 명분도 커진다』고 말해 민주당측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강경책을 쓰면 북한의 특수성으로 보아 내부 결속이 강화되고 공멸로 갈 위험까지 있다는 논리였다.
이와관련해 조용직의원은 『북한의 대남한관이 냉전적인 사고를 벗어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민족우선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대북제의와 통일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결과는 또 하나의 환상적 통일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창림의원도 『북한의 도박외교에 실리만 빼앗긴채 안보만 침해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열망만 가지고 통일이 이뤄진다고 믿는 이는 없어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웅희의원은 『통일원장관이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안본다」 「미·일이 부정적 시각에서 대북한 정책을 구사한다」고 한 것은 성급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북한을 강압하고 고립시킴으로써 항복을 받아내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한 한화갑의원은 『북한의 대미,대일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줌으로써 북한을 국제체제안에 끌어들이고 핵무기에 대한 집착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일본과의 수교는 북한을 개방적 체제로 바꾸게 될 것이란 김대중 전 대표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역시 민자당 의원들은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통일전선전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에 동참한다는 확신을 얻은뒤에 수교해야 한다』(구창림의원)며 이에 반대했다.
이러한 북한정책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두 정당의 보수·진보성에 기인된 측면이 드러난 것이기는 하나 정부와 여당이 안보문제에서 전혀 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하다. 따라서 이날 논쟁은 상임위에까지 연장되는 등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김진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