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장회의 무슨말 오갔나/교육부,파벌·집단이기주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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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학사운영 체제등 일대 혁신 절감
27일 전국대학 총·학장회의는 참석자 모두가 소위 「대학개혁」이란 과제가 얼마나 절실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일인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가장 개혁과 동떨어진 곳이 바로 대학이란 세간의 비난에 공감하면서 심각하게 위기극복을 외쳤다.
총·학장들은 왜곡된 민주주의 개념과 반목·갈등이 판치는 대학에서 왜소하기만 한 총장의 힘을 호소하며 학문이 상아탑으로서의 기능을 되찾기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했다.
◇부실학사 운영=교육부가 백서형태로 낸 「대학의 당면과제」에 수록된 사례들은 최근 잇따른 수업거부,논문대필,교수 재임용 및 채용과정 비리,구성원간 반목·대립 등 여러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수업거부만 해도 11개 한의대생·20개 약대생·교대생들의 범전국적 집단행동과 함께 대구·경기·서경·전주 우석대에서의 부분수업거부,그리고 총장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교수들의 수업거부 행위가 적시됐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수업일수 부족이나 주동교수·학생에 학칙적용은 고사하고 교육부의 방침만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에 대한 행정보직도 턱없이 많이 K대는 전체교수 7백53명중 별도수당을 받는 보직교수가 4백92명(65.3%)이나 됐다.
I대는 K교수(정치학과)를 지난 3월 인격·학내 인화문제 등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법원에서 효력정지 결정을 받았고,S대는 K조교수를 부당하게 탈락시켜 민원을 야기했다.
K대는 올 1학기 교수 신규채용때 심사위원들이 양복티킷(55만원) 4장을 받았다 적발됐고,J대는 교수끼리의 파벌다툼으로 철학과 교수채용이 6년째 지연돼 학생들의 교무처장실 점거농성 및 교수 4명의 단식농성 사태가 빚어졌다.
K대 P교수와 또 다른 K대 Y조교수는 각각 연구논문 표절사실이 드러나 해임되거나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이밖에 최근 7년간 89명의 교직원이 입시부정에 관련된 사실도 상기됐다.
◇총·학장 건의=「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학내무질서,땅에 떨어진 연구·학습풍토의 개선에 초점이 모아졌다.
『무자격 저질교수 많다. 대학의 질은 학문의 엄격성에 있다. 논문심사를 학술원에서 맡는 등의 객관적 심사가 절실하다.』(P대)
『학생들의 시국몸살은 사라진 반면 이젠 교수들이 문제다. 뒷전에서 학생들을 부추겨 사욕을 쟁취하려는 반지성적 이중성은 경계돼야 한다. 총장들의 공동이름으로 대교협(대학교육협의회)의 윤리위를 활용하자. 노조와의 힘빼기는 교육에 투입할 시간을 뺏기는 낭비로,노조의 행동권을 줄여야 한다.』(S대)
『수업량이 너무 적다. 방학·축제 등 노는 날을 자율적으로 줄이자. 교수들의 지각출감·결강을 엄히 다스리자. 연간 수개월을 놀면서 돈받는 교직원 수를 대학간 연합으로 크게 줄이자.』(H대)
『좋은 교수를 뽑아 잘 운영하는 것이 대학의 간접자본이다. 나태한 교수를 감시하는 체제. 교수에 대한 연수·훈련이 필요하다. 대학마다 개혁위를 만들어 알차게 뛰어보자.』(D대)
『문제교수·학생의 지도는 강력히 행사돼야 한다. 총학생회 간부도 일정학점 취득 등 자격을 정해 건실한 학생이 나서도록 하자.』(I대)<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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