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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출판사 합작형식으로 한국 진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의 대형출판사들이 97년 출판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시장에 합작출판의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합작출판이란 외국도서의 번역.제작.판매 등은 국내출판사에서 맡되 원서를 낸 외국출판사는 제작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투자하고 판매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형식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외국출판사에 3천~4천달러의 선수금과 책 판매량의 8~15%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주는 것으로 끝나는 번역출판권 설정계약이 일반적이었다.합작출판을 시도하는 것은 국내 외국도서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에디슨 웨슬리」「 톰슨」「사이몬 앤드 슈스터」등 대형 출판사들의 공통적인 동향이다.
이들 출판사들은 종래와 같은 번역출판계약 방식을 아예 거부하고 있거나 앞으로 줄여나갈 방침이어서 그 여파가 주목된다.
예를 들어 「에디슨 웨슬리」사의 경우 지난 90년이래 종래와같은 번역출판계약은 중단했으며 현재까지 40여종의 책을 합작출판에 의해 국내시장에 내놨다.
「에디슨 웨슬리」사는「크라운출판사」「기술출판사」등에 번역출판에 따른 제작비 전액을 지불하고 대신 판매대금의 30~40%를이익금으로 받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톰슨」사의 경우 국내에 아예 국내출판사와 번역출판계약을하지 않는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합작출판으로 한국어판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현재 출판사들과 계약을 추진중이다. 또한 「프렌티스 홀」등 10여개의 출판사를 거느린「사이몬앤드 슈스터」사 역시 앞으로는 종래와 같은 번역출판권 설정계약을 줄이는 대신 합작출판을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미국의 대형출판사들이 번역출판권 설정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출판사들이 계약된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미국 출판계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출판사에서 실제 판매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책이 팔리지 않는다」면서 저작권료를 송금하지 않는다는게 이들 출판사들의 판단이다.
이에대해「톰슨」한국지사의 심경섭 지사장,에디슨 웨슬리 한국지사의 직원 정경한씨 등은『2~3년이 지나도록 초판도 다 안팔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매진돼 재판,3판까지 돌입한 경우도 많았다』면서 『이 소문이 미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몇 해전에는 미국출판협회내에서 한국에는 되도록 번역출판권을 주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른 가장 큰 여파는 국내에 외국 과학기술 도서가 제때에번역,소개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별로 출판사에서 들여오는 책은 영어원서로만도 한해에2천~5천종에 이르며 이중 60~90%가 과학기술도서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도서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이들 대형출판사들이 번역출판권 설정을 기피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이들 책의 번역 자체가 안되거나 늦어지는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이에대해서울대 컴퓨터 공학과의 김종상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생 들중 원서해독능력을 갖춘 학생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실정에서 이것은 절박한 문제』라고 말하고『단기적으로는 선진 외국의 우수한 과학기술도서의 번역출판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이 분야의 국내 저술가 확보를 위 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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