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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어머니,어머니(10)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와 아무 것도 다를 것 없었다.제국주의가 무력으로 세계의 곳곳에서 약탈의 근거를 마련하던 때,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의 먹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구의 식민지 지배와 일본의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서구의 제국주의가 자국민에세 민족주의라는 보호색을 입히면서 먼 약소국들을 그의 발톱 아래 유린해 간 것은 같다.그러나 영국이나 프랑스의 식민지배는 대리경영이라는 형태를 띤다.그 나라사람을 중간에 내세워 식민지를 통제하는 것으로 지배의 형식을 갖췄던 것이다.인도에서 영국은「마하라자」라고 하는 토후국 왕족들을 내세워 그들의 안전과 영화를 지켜주었다.그들의 생활을 보장하면서 그 대신 그들을 착취의 대리인으로 삼았었다.
그런 형식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는 식민지에 철도를 놓는다든가 항만을 건설한다든가 할 절실함이 없었다.그들은 서둘러 통신시설을 가설하지도 않았다.그들이 세운 건물은 자신들의 집무처와숙소 그리고 교회가 거의 전부였다고도 할 수 있 다.
그들은 식민지에서의 착취로 자국민의 생활에 풍요로움을 주는 정책을 폈고 그와 동시에 식민지에 대한 인종적 차별과 멸시를 통해 역으로 자국민에게 스스로를 우수하게 믿게 하는 비열한 민족주의를 펼쳐 나갔었다.그러나 일본은 달랐다.그들 이 편 식민정책은 조선의 말살 정책이었다.
그들이 홋카이도의 아이누 족에게 펼친 말살정책은 조선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었다.문화와 풍습 정도가 아니었다.그들은 홋카이도에서 아이누 족에게 했던 것처럼 인종적으로 조선인을 말살하려 했던 것이다.
토지에서 시작된 착취와 수탈은 이제 조선인은 먹을 식량이 없는 데까지 이르러 있었다.
이 무렵의 보도는 굶주린 조선 농민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굶주림을 벗어나려는 농민들이 공장이나 광산이 많은 북쪽을찾아서 배를 타고 청진이나 나진 방면으로 무리지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보통 정기선편으로는 그 인파를 다 수용할 수가 없어서「조선기선」회사에서는 정기항로「게이세이마루」를 임시 수송선으로 하여 한달에 세번 부산~청진간의 뱃길에 취항시켜야 했을 정도였다.이 세번의 임시수송선에만 각각 3백50여명이 단체로 부산 마산등지에서 몰려들어 청진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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