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큰손질 없을듯/새 좌파 총리 맞은 폴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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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민·노동자 지지기반… 우파서도 호의/경기활성화·실업해소등 난제 수두룩
18일 폴란트 신임총리에 발데마르 파블라크 농민당 총재(34)가 지명됨으로써 지난 89년 공산통치가 종식된뒤 처음으로 좌파 총리가 등장하게 됐다.
중도우파 연정총리인 한나 수호츠카 민주동맹(UD) 총재가 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파블라크로 대체된 사실은 폴란드 정치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4년간 진행돼온 시장경제 개혁과정에서 파생된 15.4%에 이르는 실업률,공산주의의 사회보장제도 붕괴 등 국민들의 기본욕구 불만이 분출된 것이다. 파블라크는 총리지명후 89년이후 추진돼온 시장경제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기반인 농민·노동자·실업자 등의 요구앞에서 아직 맹아단계에 불과한 폴란드의 시장경제개혁을 자칫하면 좌초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에서 가장 모범이 돼온 폴란드에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할 경우 동유럽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난 것으로 예상된다.
파블라크는 「재수총리」이자 최연소 총리다. 지난해 6월 총리로 처음 지명됐다가 연정구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33일만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농민당의 총재답게 바르샤바에서 1백여㎞ 떨어진 바치나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현재 17㏊의 땅을 경작하는 농부이기도 하다.
파블라크는 공학도 출신으로 공산주의운동을 하다 85년 공산계열인 농민운동당에 입당,당명을 농민당으로 바꾸면서 공산주의와 결별하고 시장경제체제를 지지하게 된다. 89년 공산독재가 무너지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초선의원이 된다. 91년 농민당 총재가 된뒤 당내 공산계열의 지도자들을 제거하면서 농민당을 개조,공산주의와 완전히 결별한다.
금발의 미남형인 그는 지난 9월 총선 당시 TV유세를 통해 경제개혁과 농산물의 소련수출 좌절로 인해 증폭돼온 농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장점은 지난해 첫 총리지명 때부터 바웬사를 비롯한 우파뿐만 아니라 좌파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는 ▲침체된 수출의 활성화 ▲5.4%에 이르는 실업률을 줄이는 일 ▲교육·보건·문화 등 복지증대 등의 문제로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해결에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나 재정적자가 GNP의 5.5%를 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어떻게 꾸려나갈지 미지수로 남아있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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