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투자자들이 왜 원숭이에게 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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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전성시대다.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연일 빨갛게 달아오르는 주식시장 전광판에 자꾸 눈길을 빼앗긴다. ‘가장 큰 손실은 투자를 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러나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상승장 속에서도 쓴 잔을 들이키는 사람이 적잖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로들이 경쟁하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에 대한 확고한 지침이 서 있지 않은 초보자들이 자신에 대한 과잉확신으로 뛰어들면 언제든지 쪽박을 찰 수가 있다”고 경고한다. 연구소 과학자에서 월가의 프로 투자자로 변신한 저자가 ‘욕먹을 각오’까지 하고 이 책에서 밝힌 성공적인 투자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는 상식’을 먼저 꿰뚫으라는 것이다.
 
# 공짜 점심은 없다
주식투자 열기만큼 뜨거운 게 관련서적 시장이다.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부터 구체적인 매매 기법을 알려주는 책까지 다양한 종류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각종 주식투자 관련 세미나도 만원사례다. 저자는 여기에 의문을 갖는다. 투자비법을 쓴 저자들이나 세미나 강사들은 왜 생면부지인 사람들에게 투자법을 알려주려는 것일까.

대박 낼 방법을 혼자만 알고 활용한다면 책을 쓰거나 출·퇴근하면서 생활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해답은 분명하다. 그런 투자법은 없기 때문이다.

위험은 낮으면서 수익은 높은 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와 월가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만든 헤지펀드가 수익은커녕 세계 금융계가 휘청거릴 정도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파산한 예는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 초보 투자자가 돈을 버는 이유
이 책의 원제는 ‘왜 프로 투자자들은 원숭이에게 질까?’다. 실제로 프로 투자자들의 운용성적을 평균하면 원숭이가 다트를 경제신문 주식 시세표에 던져서 무작위로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 평균 성적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처럼 프로 투자자들의 운용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를 저자는 ‘시장 효율성’으로 설명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남보다 나은 투자 성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결과,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재료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가치가 1만원인 주식을 5천원에 살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시장이 끊임없이 효율적이 되면, 투자는 우연의 지배를 받게 된다. 주식시장에서 간혹 초보가 돈을 버는 이유다.

# 안전하게 돈 버는 방법
가장 좋은 투자법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시대에 투자를 하지 않고는 재산을 늘릴 수가 없다. 굳이 투자를 한다면, 저자는 1년에 대략 5퍼센트 안팎에 머무는 기대 수익(본문 2장)을 위해 주식 시장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인덱스 펀드에 가입한 뒤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라고 충고한다.

인덱스 펀드는 주가지수를 좇아 운용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으로, 수익률이 좋을 뿐만 아니라 유지비가 별로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미래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자료제공=더난 출판사(02-325-2525)


◆ 지은이 후지사와 가즈키
대학에서 수리과학을 전공하고, 미국 대학원에서 같은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적인 저널에 다수의 학술논문을 싣기도 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월가에 입성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퀀츠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옮긴이 홍찬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에서 MBA와 박사과정(재무관리 전공)을 수료했다. 대한투자신탁 연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일본 중앙대학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현재 머니투데이 증권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주식으로 부자 된 사람들의 5가지 원칙』『주식자본주의와 미국의 금융지배 전략』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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