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 없이 무리한 운항-여객선 침몰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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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蝟島=특별취재반]서해페리호 침몰사고로 인한 참사는 항해사 대신 갑판장이 키를 잡은데다 기상특보 없는 사고해역의 악천후속운항강행에 정원초과등이 겹쳐 일어난 예고된 사고였었다.
또 운항관리및 감독부재.선박구조상의 안전시설미비등도 원인이 됐다. 사고당시 서해페리호는 항해사 朴萬石씨(52)가 8일부터휴가를 간사이 갑판장 崔연만씨(42)가 운항한 것으로 검.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검.경찰은 이때문에 정확한 항로를 파악지 못하고 있는 갑판장崔씨가 악천후를 만나자 당황해 우왕좌왕하며 뱃머리를 파장금항으로 되돌리려다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날 사고해역은 강풍속에 높은 파도가 일고 안개까지 끼었으나 군산기상대는 기상특보없이「초속 10~11m 정도의 바람과일부 돌풍이 예상된다」는 예보만 내보냈을 뿐이다.
해군에서는 자체적으로 발령하는 파랑주의보급인「황천4급」을 내렸었다. 사고해역에는 이날 오전북서풍이 초속 최고14m,파도높이 4~5m에 짙은 안개까지 끼어 시계가 2마일밖에 되지않았을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날 군산~어청도간을 운항하는 같은 회사소속 80t짜리 새마을12호도 출항도중 회항했었다.
그러나 사고선박은 출항과정에서 경찰이나 항만청등 관련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도 받지않았다.
또 여객선이 입.출항하는 항구에는 해운조합직원이 상주하며 정원초과여부를 가리고 악천후시 출항을 막는등 통제업무를 하도록 돼있으나 사고항로인 위도~격포간 기항지에는 어느곳에도 조합직원은 커녕 항만청.경찰.군청등 관계기관 직원이 단 1명도 배치돼있지 않았다.
이때문에 이번 사고도 사고배가 당초 출발예정시간을 늦춰 운항하면서도 출항신고조차 하지않는등 평소에도 멋대로 운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위도와 격포등 항구에는 여객선터미널은 물론 매표소 하나없이 배위에서 사무장이 표를 팔고 승객을 태우는 바람에 정확한승선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할수 없는 실정이다.
회사측과 당국은 또 날로 이용객수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주민들이 91년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운항횟수를 하루 두차례이상으로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묵살,하루 한차례만 왕복운항하는 바람에 이번에도 정원을 훨씬 초과해 탔었다.
또 사고배의 선실이 일본등 외국의 여객선처럼 칸막이나 붙박이의자형태가 아닌 마루로 돼있어 배가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 승객들이 한쪽으로 쏠려 전복을 가속시키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많았던것으로 해운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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