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한국영화-파리 퐁피두센터서 4개월간 85편상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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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방이후 오늘날까지 한국영화 대표작을 집중 조명하는 「한국영화 회고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오는 19일부터 4개월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계속될 「한국영화 회고제」엔 해방 직후인 1946년에 제작된 『자유만세』에서최근 화제작인 『서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를 대표할만한 작품 85편이 상영된다.한국영화 전반에 걸쳐 이같 은 대규모 영화제가 개최되기는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현대예술의 전당인 퐁피두센터가 해마다 개최하는 외국영화 특별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이번 영화제는 19일 개막 시사회를 시작으로 내년 2월21일까지 넉달동안 매일 세편씩 총3백50회가 상영될 예정이다.개막 시사회에는 프랑스의 영화비평가등 영화 관계자및 언론인,의회.정부 지도자등이 참석해『서편제』를 관람하게 된다.
한국측에서는 『서편제』의 林權澤감독과 배우 吳정해를 비롯,李長鎬.金洙容감독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77년 개관이후 지금까지 모두 43회의 외국영화 특별행사를 주관해온 퐁피두센터는 44번째 행사로 「한국영화 회고제」를 기획,91년부터 駐佛한국문화원(원장 趙誠章)과 공동으로 2년여동안 이번 행사를 준비해 왔다.
영화제를 위해 퐁피두센터 영화 담당자 2명이 서울을 방문,영화진흥공사.영상자료원등에 보존돼 있는 한국영화필름을 관람하고 85편의 영화를 직접 선정했다.
당초 퐁피두센터는 한국 극영화의 효시인 尹白南감독의 『月下의盟誓』(1923년작)이후 현재까지의 「한국영화 70년회고제」를기획했으나 해방전에 제작된 영화는 보존상태가 나빠 결국 해방이후 영화로 한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해방이후 60년대까지의 영화도 제대로 보존된 것이 많지않아 ▲『자유만세』『마음의 고향』(1949년)등 40년대 영화 2편 ▲『피아골』(1955년)『자유부인』(1956년)『시집가는 날』(1956년)등 50년대 영화 5편 ▲『 오발탄』(1961년)『벙어리 삼룡이』(1964년)『안개』(1967년)등 60년대 영화 15편등이 선정됐다.
감독별로는 林權澤.裵昶浩.李斗鏞감독의 영화가 각각 16편,6편,5편씩을 차지하고 있고 60년대의 한국영화 황금시대를 장식했던 申相玉감독의 영화도 『연산군』『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등 7편이 상영될 예정이다.이번 영화제를 통해 소개될 우리나라 감독수는 모두 35명에 이르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 맞춰 퐁피두센터는 『한국영화 70년사』라는 2백쪽짜리 자료집을 발간,초판 2천5백부를 찍어냈는데 이 책자엔한국영화의 시대별 경향과 작품.감독.배우 색인까지 들어가 있는등 한국영화 백과사전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예술 종합센터인 퐁피두센터는 하루 평균 2만5천명이 관람,프랑스에서 찾는 사람이 가장 많은 문화시설로 유명하다.이곳에서 열리는 이번 한국영화제는 프랑스에서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영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임으로써 유럽영화시 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우리의 전통.가치관.생활상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리=裵明福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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