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3년만에 고국연주회 갖는 피아니스트 윤기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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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주생활 65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이번 연주가 어떤 평을 받을지 알수없지만 제가 살아온 72년의 세월이 담겨져 있다는 것만을 말씀드립니다.』 국내 피아니스트 제1세대로 美國에서 활동하고 있는 尹琦善씨(72)가 13년만에 고국무대를 마련,8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협연한다.
특히 이번 무대는 그가 피아니스트로는 치명적인 손가락 수술을받은후 극복을 위한 3년여에 걸친 무서운 투혼끝에 극적으로 재기한 모습을 선보이는 자리여서 관심을 모은다.
그가 양손 새끼 손가락 끝마디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것은 4년전 미국에서 잇따라 세차례의 연주회를 갖고 있을 때였다.임원식씨가 지휘하는 인천시향과의 협연 도중 시작된 통증이 마지막 연주회인 가든 글로브 심퍼니와의 협연도중 에는 연주회를아예 중단하고 싶을 정도로 극심해졌다.『무대를 망칠수 없다』는생각만으로 끝까지 완주하긴 했으나 그 때문에 두 손가락의 끝마디 연골이 완전히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4명의 전문의들로부터 『연주생활은 이제 끝』이란 사형선고(?)를 받고 결국 더 상태가 나빴던 오른쪽 새끼손가락의 연골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은 그는 1년후 수술의 후유증이 완치되자 다시 피아노와 마주했다.
『오른쪽 새끼손가락의 길이가 4~5㎜ 짧아져 60여년간 익숙해진 건반이 헛짚이기 일쑤였지요.의식적으로 더 손가락을 벌려 건반을 짚노라면 이번엔 또 윗건반을 눌러대는 것이었어요.왼손도새끼손가락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 위해 핑거링을 수정,다섯째 손가락을 넷째 손가락으로 대치하는 연습을 반복해야 했습니다.』마지막 단 한번의 무대를 위해 3년간 투혼을 불사른 곡은 브람스「피아노 협주곡제1번」.연주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되는 긴 곡이다. 『이번 연주가 끝나면 왼손가락도 수술을 받아야만 할 겁니다.그러면 연주는 영영 못하게 되겠지요.』 그는 주위의 권유도 있어 고국에 돌아와 후학을 지도하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고했다. 「한국서양음악사상 첫협연자」로 그간 국내외 대학에서 길러낸 제자만도 1천여명을 헤아리는 尹씨는 77년 재차 渡美한 이후 꾸준히 연주가의 길을 걸어 왔으며 89년에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洪垠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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