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하핵실험 강행(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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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로써 미국이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해온 한시적인 「핵실험 유예체제」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이 체제는 조약은 아니지만 당초 미 의회가 설정했던 9개월간의 핵실험 유예를 클린턴 대통령이 내년 9월까지 15개월간 연장해 영·불·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들의 동의로 유지돼 왔었다. 그러나 모두가 「다른 나라가 안한다면」이라는 조건부였다. 따라서 중국의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그 존립기반이 깨지고 다른 나라도 연쇄적으로 핵실험 재개를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핵보유국들의 이러한 협조체제는 핵무기 감축으로 가는 단계로서,다른 나라들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핵경쟁 억제를 원점으로 돌릴 수도 있는 중국의 핵실험 강행은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동북아지역의 정세와 남북한 관계와 관련해서도 더욱 그렇다.
우리로서는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는데 중국이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왔다. 북한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핵실험은 중국의 그러한 입지를 극도로 제한할 뿐더러 어느 정도 북한을 고무하는 효과도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이번 핵실험사실을 발표하면서 핵무기 보유국들이 그것을 사용 않겠다고 보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오로지 자위를 위한 것으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 뿐 아니라 핵을 갖고 있거나 가지려는 나라들이 합리화하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핵무기를 보유해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이를 정치·외교적인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한 중국의 속셈은 미국이나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수준이 자국과 비슷해질 때까지는 개발을 중지하지 않겠다는 외교부장의 공개적인 발언에서도 충분히 알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증강을 중단하지 않는한 다른 나라와 핵보유문제를 토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정책노선에 따라 중국은 핵감축을 위한 보유국들의 회의자체를 반대해 왔다.
결국 중국의 핵정책은 그 주변의 비핵국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강대국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여러나라가 위협을 느끼게 되고,동북아에 국한해보더라도 남북한과 일본이 핵위협을 느껴 경쟁에 나설 유혹을 갖게 한다는 국제적인 우려가 이미 대두됐었다. 그런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더이상의 핵실험을 자제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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