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불편 덜며 국토이용 극대화/그린벨트 종합개선안 내용·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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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피해보상성격 소득증대 지원/철저한 관리없인 투기·녹지훼손 불보듯
정부가 이번에 확정한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책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각종규제를 풀어 현지주민의 생활 불편을 가급적 덜어주고 그러면서도 현재의 그린벨트는 한치의 변경없이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덧붙여 원주민들이 받았던 피해가 컸던만큼 이들을 위한 소득증대사업을 최대한 지원하며,또 정부가 앞장 서서 그린벨트를 훼손해왔다는 비난이 거세왔음을 감안해 앞으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시설도 현지주민생활과 직접 관련없는 것은 설치를 자제하겠다는 복안이다.
요컨대 그린벨트는 그대로 묶어둘 수 밖에 없지만 운영에는 묘를 살려 주민들의 생활개선과 소득증대에 정부로서 최선의 노력을 해보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안이 그린벨트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갖가지 논란에 비춰볼 때 이를 모두 잠재우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정부시설도 자제
당장 걱정은 현지주민들의 예상되는 반발이다. 그동안 현지주민들은 「개발제한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만큼 소극적인 제도 개선이 아니라 차제에 임야를 제외한 농경지·나대지를 그린벨트에서 해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고 이런면에서 이들의 요구는 이번 개정안에는 별로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린벨트는 역대정권으로선 손대기도 어렵고 손댄다해도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갈지 힘든 「뜨거운 감자」였다. 또 정권의 입장에서 괴로운 점은 이것이 선거때마다 「표」를 연결시키면서 집단민원이 돼왔다는 사실이다. 현정부가 지난 양대선거때 그린벨트제도의 개선을 약속하고 그 결과 이번에 개선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와함께 일단 묶였던 규제가 풀림으로 해서 일어날 부동산투기와 함께 그린벨트의 훼손도 아룰러 우려되고 있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비록 그린벨트선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해도 지난 71년 이 제도가 도입된지 22년만에 거의 전면적인 손질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부동산투기는 강력히 대처한다지만 그만큼 규제완화의 폭은 넓어서 투기바람을 일게할 소지는 큰 것이다.
○20여년만의 손질
이와함께 그린벨트내 가옥을 비롯,일반건축물을 대중음식점·병원·학원·은행예금 취급소 등으로 마음대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거지역에 대한 행위제한은 사실상 그린벨트밖과 같은 수준으로 완화돼 훼손을 부채질할 우려도 다분히 안고있다.
예컨대 시내버스업체에 도시계획으로 결정된 지역에 차고지를 설치토록 허용한 것은 비록 조건이 기부채납이고 버스종점 간선도로변의 주차난을 고려한 조치지만 구역내 임야를 훼손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전국 14개 권역에 지정돼 있는 구역의 지역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수준으로 완화했다는 점도 문젯거리다.
실제 충무·춘천·제주시는 그린벨트로 전도시가 둘러싸여 가용토지가 거의 없는 부산 강서구는 전역이 그린벨트로 묶여 구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도권에서 그린벨트 비율이 90%가 넘는 신생도시만도 하남(98.4%),의왕(93.2%),시흥(92.6%),과천(92.1%) 등 4개나 된다.
따라서 그린벨트제도를 이왕에 손댈바에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차원에서 지역적으로 해제할 곳은 해체하고 지킬 곳은 엄격히 고수하는 등 전반적인 손질을 해야 했는데 정치적 부담으로 이를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립관계법 필요
영국과 같이 지역별 규제방식을 차별화,중·소도시의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대도시와 다른방식을 적용해 농수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농어촌으로서 쾌적한 공간형성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국민들의 엄청난 이해가 걸린 그린벨트제도가 단지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에 의해 규제·운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여서 독립적인 법률을 만들어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이용·관리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도성진기자>
◎그린벨트 규제완화 나오기까지/주민들 출근하는 고 장관 붙잡고 호소/건설부,타부처에 협조요청 지원 합의
개발제한구역 개선안은 갖은 산고끝에 나왔다.
관련주민들은 출근하는 고병우 건설장관의 옷자락을 붙잡고 호소하거나 그린벨트 관련 간부들의 집에 밤낮을 가리지않고 전화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일부 간부에게는 신변을 위협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가족들이 몸져눕기조차 했다.
특히 강길부 도시국장 집의 담장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갈겨쓴 「데모합시다」라는 낙서가 붙기도 했다.
이 와중에서 건설부는 지난번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제시된 개빌제한구역제도 개선안을 지난 5월 신경제 5개년계획 과제로 선정,국토개발연구원에 개선방안 연구를 의뢰했다.
이어 개선안 마련에 앞서 지난 5월에는 71뇬 구역지정이후 22년만에 체계적인 인구·토지이용·대지·건축물·집단취락 등을 조사했다.
지난 7월에는 10일동안 그린벨트내 취락 1백개소를 건설부·전문가·언론인·취락주민대표로 구성된 11개반 1백94명이 주민들의 희망사항을 청취했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개발제한구역은 임야를 제외하고는 해제해주고 재산권 제한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며 구역내 토지는 국가가 매수해줄 것을 주장했다.
또 집단마을은 일반 주거지역수준으로,농경지·구릉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각각의 허용행위를 완화해주고 구역지정이전에 허가받은 택지는 주택신축을 허용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그린벨트 정책과 관련돼 있으면서도 관장부서가 건설부라는 이유로 나몰라라 한 타부처를 설득하기 위해 관계부처 기획관리실장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건설부는 그린벨트 주민의 민원을 단순히 주거환경개선에 그치지않고 보다 한차원 높여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소득증대사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부처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 결과 내무부로부터는 집단취락 정비사업에 따른 취득세·등록세를 감면해 주고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우선적으로 구역주민에게 지원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농림수산부와는 농어민 후계자 육성·농산물 직판장 설치,보건사회부와는 무의촌 해소와 아동복지시설 설치를 지원키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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