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장수촌>1.에콰도르 빌카밤바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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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건강장수는 인간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풍요한 물질문명 속에 식품과 의료가 부족하지 않게 됐고 평균수명도 늘고 있으나 1백세 장수를 누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따라서 세계적인 장수촌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中央日報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전세계 주요 장수지역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현대문명 속에 사는 우리가 얻을수 있는 건강의 지혜는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10회에 걸쳐연재될 이번 시리즈에서 과연 건강장수의 비결은 무엇이고 우리가얻을수 있는 지혜는 어떤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알아본다.
아울러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전세계 사람들의 전통 자연건강법도 함께 다뤄 고도 물질문명에 묻혀 사는 우리들도 실천할수 있는 건강장수의 지혜를 입체적으로 접근해본다.
〈편집자註〉 장수촌 빌카밤바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20년이 채 안된다.
사라진 잉카문명을 찾아 안데스산맥을 헤매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는 숨겨진「황금의 도시」외에도 최후의 잉카인들이 살고 있다는「하늘위의 도시」또는「숨겨진 낙원」의 발견이 최대 관심사였다.
1958년 이 마을에 살던 호세 톨레도라는 남자가 죽었다.스페인 사람으로 이 마을에 정착,사실상 마을을 만들었던 1세대인까닭에 읍내에 있는 마카치성당에서 온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장례식을 치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저 평 범한 마을 원로의 죽음이었다.1백40세.
당시 에콰도르 남부 로하지방에는 고무가 생산되고 있었고 금광이 있어 영국인을 비롯, 독일인들이 상당수 살고 있었고 지금도로하지역에는 영국.독일계 혼혈인들이 유난히 많다.
그중 독일인 의사인 알베르트 크라머는 스스로가 건강이 좋지않아 휴양차 이곳에 와 있던중 톨레도 외에도 게레로 곤살레스라는1세대 주민이 역시 1백40세까지 살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학계에 이를 보고하게 됐다.
이때부터 빌카밤바에는「숨겨진 낙원」을 믿던 사람들이 몰려들기시작했고 의사들은 이곳에 와서 저마다 한가지씩 長壽의 원인을 밝혀내고 돌아갔다.빌카밤바를 장수지역으로 만드는 요인중 가장 중요성을 인정받고있는 것은 우선 기후.물인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 에콰도르의 내과의사 미구엘 살바도르박사에 따르면 이 지방의 연평균기온 섭씨18도에서 22도는 의학적으로 심장이 활동하는데 가장 이상적 온도라는 것이다.
여기에 60~70%의 습도가 유지되고 있어 항상 상쾌한 느낌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장수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심장이나 호흡기계통의 질병을 앓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다음 요인으로 알려진 것은 물로써 빌카밤바에서는 참바江과 우치마江이 서로 만난다.말이 강이지 약간 규모가 큰 우리나라 개울정도에 불과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데도 수량은 아주 풍부해 마을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수 있을 정도다.
식수는 물론이고 생활용수로 쓰이는 이 강물을 두고 영국의 갈리 고즈돈박사는 체내의 지방을 분해해주는 마그네슘을 비롯,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칼륨.철분.금.은등 광물질을비롯한 각종 미네럴이 잔뜩 함유되어 있음을 증명 했고 일본의 고기치 오타니박사는 혈액중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허리신경통을낫게하는데 탁월한 효험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지형상 빌카밤바의 주변엔 최고봉인 해발 3천8백m의 크레스타데갈료峰을 비롯,수쿠즈 쿠미니峰.야마라카포峰.라구아랑코峰들이 분지를 에워싸 안은채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높이가 절반밖에 안되는 빌카밤바로 지하수들이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름보다 높아 비가 오지 않는 안데스의 高峰을 흘러내려온 지하수에 비에 씻기지 않은 각종 미네럴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사무엘 골드스테인박사는 빌카밤바주민들의 신체적 특성에주목해 장수의 요인을 찾고 있다.
주민들의 종아리근육이 육상선수들처럼 잘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뼈의 강도 또는 다리근육을 보강하는 허리 힘과는 무관하게 비복근(장딴지근육)이 특별히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생활 자체가 매일 산길을 걷는 일 그 자체와 무관하 지 않는 것같다. 교통수단이라 해야 걷는 것이 전부고 운송수단이래야 나귀. 조랑말을 이용하는 것이 전부인 빌카밤바의 주민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고있다.
사탕수수.옥수수.콩.땅콩.밀을 비롯,주식인 유카(칡뿌리처럼 생긴 고구마).감자.양파 .당근,심지어 쑥갓등 몇가지를 제외하면 한국의 농산물과 흡사한 곡물및 채소농사를 짓는다.
여기에 저절로 자라는 파파야 기데오베르데(파란 바나나).레먼.나낭카스(오렌지).둘세스.과자바.아과아데.구노.과바스.니스페로등 이름도 낯설은 각종 열대과일등이 주식으로 식탁에 오른다.
또 이들은 매일 커피를 마시는데 우유를 타지않고 설탕대신 사탕수수액에서 추출한 파넬라를 타서 마신다.
이들이 먹는 커피는 모두 자체 생산한 원두커피로 에콰도르 전체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육식은 그야말로 가끔 닭고기나 방사한 돼지고기를 저녁에만 한덩어리 먹는 게 전부다.
유진 헤럴드 패인박사는 이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분이 일반적으로 현대인의 평균열량 2천4백㎈에 훨씬 못미치는 1천7백㎈로 밝혀내고 기름기가 거의 없는 저칼로리 채식과 꾸준히 계속되는 육체 노동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그렇다면 심장에 가장 좋은 기온,각종 미네럴이 풍부한 물,그리고 무공해 공기속에서 저칼로리 채식을 하면서 해뜨면 밭에 나가 일하고 해지면 집에 와서 잠자는 것이 반복되는,극도로 단순한 생활습관이 그들을 오래 살도록했다는 말이 된다 .
***단순한 生活습관 빌카밤바 행정청에 보관된 자료에 따르면지금까지 1백세 이상을 살았던 주민들의 숫자는 모두 27명.그중 1백40세가 3명이고 1백30세 1명,1백20세 5명,1백17세 1명,1백10세 4명등이다.
행정청을 유지하는 유일한 공무원 후안 빌레나스에게 현재 1백세 이상의 주민은 몇명이나 되냐고 물었다.
그는 약간 망설이다『아마 2~3명쯤 될 것이다.그러나 이곳 읍내에는 없다』고 대답했다.
기록에 나와 있지 않냐고 다시 물었더니『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그사람이 죽어 이곳에 와 장례식을 치를때 알 수 있다』고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지금까지 장수했던 사람들은 모두 스페인계의백인들 뿐으로 이곳에 정착한 1세대들이다.원주민인 인디오는 장수하지 못한다.더구나 이곳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다음부터 관광객이 몰려오고 코카콜라.햄버거등 인스턴트음식들이 관광객을 따라들어온 뒤로는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현대문명이 오히려 長壽를 저해하고 있는 요인임을 빌카밤바가 증명하고 있었다.어쩌면 빌카밤바는 좀더 세월이 흐른 후 장수촌이란 명성(?)을 잃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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