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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성공의길>3.불안해소 확실한 처방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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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경제부처 관료들은 실명제 관련업무 이외에는 다른 문제를 거의 제쳐놓은 것으로 보인다.
李經植부총리이하 고위경제관료들이 지방을 돌며 실명제의 對국민홍보에 앞장서느라 결재서류를 챙길 겨를이 없을 정도다.금융실명제 실시단장인 재무부 李桓均제1차관보는 지난11일부터 방송된 TV 공익광고에 모델로까지 출연,『실명확인을 한 번만 해두면 종전과 다름없이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對국민설득에 나서기도 했다.국민들의 불안감이 실명제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인만큼 이를 덜어주자는 것이다.
실명제가 실패할 경우 우리경제에 돌이킬수 없는 흠집을 낼것을감안한다면 정부가 실명제의 정착을 위해 홍보를 포함한 일부 보완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한달을 돌이켜보면 정부는 기업과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기위해 불확실성을 제거할수 있는 확고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오히려 실물흐름을 뒤쫓아 땜질식의 대책을 마련하기조차 바쁜 모습이다.
그결과 실명전환기간이 끝나는 10월12일이후 있을수 있는 자금의 異常氣流에 대한 방안이 정부내에는 아직 마련돼있지 않다.
「금융大亂說」이 경제계 일각에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私금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도 미흡 하고 현금거래비중이 늘어나는등 신용사회의 정착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실명제를 뿌리내리게하기 위해 우선 생각해봐야할 것은 정부가 홍보하듯 실명제가 도입되면 반드시 경제가 발전하고 정치와 사회가 선진화되는가 하는 점이다.많은 나라들이 그나름의 제도와 관행을 통해 금융거래의 실명화와 금융소득의 종합과세 를 실시하고있지만 이들 국가가 모두 선진국은 아니다.일본의 경우 지하경제의 규모가 여전히 크지만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요컨대 금융실명제가 얽히고 설킨 우리경제.사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요술방망이」가 아닌 것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계속 실명제 긴급명령의 字句에만 매달리다보면융통성있는 대응책은 나오기가 어렵다.
그결과 실명제가 제도적으로 도입은 됐다해도 실질적으로는 우리의 의식과 관행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명목적 실명제」도입에 그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금융.세제전문가들은 이에따라 실명제 만능주의를 경계하면서 자금흐름을 정상화하고 음성소득의 양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국민들 절대다수가 실명제의 명분에 동의하면서도 부작용이 불거져 나오면서 거부계층이 차츰 생겨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오는 96년 이자.배당소득의 종합과세에 앞서 조세저항을줄일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 孫光洛박사는『이자.배당소득이 종합과세될 경우 현행종합소득세율 체계에서는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므로 사전에 소득계층별 파급효과를 파악하고 세부담을 경감해주기위한 세율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崔明根서울시립대교수는 『稅收를 걱정하는 세제당국의 고심은이해가 되지만 과감한 세율인하를 통해 정직한 납세를 유도하고 재정지출의 효율화를 통한 세출부문의 절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정부는 실명제에 대한 의지가 퇴색할 것을 우려해 긴급명령의 대체입법이나 무기명 장기저리채권의 발행을 생각하지않고 있지만 일정기간이 지난후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金泰日조사2부장은『일단 한고비가 지나면 음성자금을 산업자금화하는 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며『예를들어 연리3%,10년만기의 장기채권을 발행한다면 채권소유자는 연간 10%의 금리를 10년간이나 손해보기 때문에 과태료를 물리는것 이상으로 벌칙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 李允鎬부소장도『실명제는 우리 정치.사회.경제를 튼튼하게 만들자는 것인데 경제를 죽이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며『실명제이외의 분야에도 눈을 돌려 엔高의 활용을 위한 대책과 설비투자 촉진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적인 보완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제도에 걸맞은 實名관행의 확립과 일반국민의 의식수준 향상노력이다.특히 富를 죄악시하는 풍조를 가라앉히고 기업의 이윤동기를 부추기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崔洸한국외국어대교수는『일반국민들이 감정적 차원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금융실명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제도의 도입에 걸맞은 선진의식을 이룩하는게 실명제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강조했다.
이밖에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도록 제2단계 금리자유화를 포함한 금융개혁을 서둘러 추진하고 갈곳이 없는 부동자금이 실물부문으로이동하는 것을 막기위한 부동산稅制의 과감한 개편도 앞당겨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吉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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