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영인복 판친다-한국문집총간등 주로 국학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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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동안 잠잠했던 불법복제 影印本 판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을 찍어 마스터 인쇄로 펴내는 불법영인물은 겉보기에원본과 구별하기 어려운데다 더 싼값으로 공급,오랜시간과 노력을들여 원본을 펴낸 출판사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근래 불법 복제본으로 나도는 책은 민족문화추진회에서 낸『한국문집총간』과 신서원에서 낸 『북역 고려사』등 두종류로 모두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은 국학관계 도서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문집총간』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집을 모은뒤한문판독의 핵심단서가 되는 구두점을 찍어 시대순으로 재편집한 것으로 86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1백책을 1질로 펴냈다. 이 책은 3년전부터 불법 복사물이 나돈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직접 확인된 것은 지난 7월이다.
권당 1만5천원인 이 책이 불법복제돼 1만원에 팔리고 있다는것을 안 추진회측이 추적끝에 제본소를 급습,물증을 찾아낸 것이다. 민족문화추진회의 박찬수 사무국장은『7월말 보문동 신유제본소에서 제본중이던 문집총간 불법영인본 3천6백책을 압수하고 이의 제본을 의뢰한 영등포의 아름출판공사측을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압수된 불법복제본은 얼핏 보기엔 원본과 비슷하나 2책중 1책꼴로 페이지가 빠져 있는등의 파본인데다 제본도 실로 꿰매는 절차를 생략한 속칭 떡제본으로 페이지가 떨어져 나가기 쉽게 돼있다. 이들 불법 복제물은 외판조직이 국학연구자들을 개별적으로 방문,민족문화추진회 영업직원을 사칭하거나 아예『싼값에 복제했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판매해 상당수가 이를 알고도 불법영인본을 산것으로 알려졌다.
추진회측은 이같은 불법 영인본이 4백~5백질 가량 판매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책이 일부 도서무역상에 의해 일본에까지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추진회측은 올초 일본을 방문한 국학관계자로부터『추진회에서 이런 파본을 팔수가 있느냐』고 비난하는 일본인 학자를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신서원에서 1질 11책으로 펴낸 『북역 고려사』의 경우 아예지역판매 대행을 맡은 곳에서 불법 해적판을 찍어 판 기막힌 경우다. 북한 사회과학원이 우리말로 번역한 『고려사』를 영인,페이지마다 한문원문을 대조시켜 1질 11책으로 펴낸 것이 『북역고려사』다.
이 책은 91년에 발행한 초판 5백질이 매진돼 92년 재판 5백질을 찍었으나 불법 복제물의 기승으로 50질밖에 나가지 않았다. 신서원의 任성렬 사장은 이와 관련,『서울대의 모대학원생이 구입문의를 한뒤「내 친구가 이 책을 8만원에 산것으로 알고있는데 왜 내가 정가 15만원을 다 주고 사야 하느냐」고 한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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