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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활용하자>2.사회진출시대..그 방향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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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학력 여성들은 갈 곳이 없다.내년 2월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여대생수는 7만8천여명.올해 상반기 졸업생(2월)은 6만6천명,하반기 졸업생(9월)은 8천명으로 올해 대학문을 나선 졸업생만 7만4천여명이다.올해 졸업자중 취업한 사람 은 2만6천여명. 올해 취업인구로 떠오른 고학력 여성의 수는 그동안 누적된 3,4수생들을 제외하고 올졸업생과 재수생만 합치더라도 줄잡아 12만명선이다.
올해 30대그룹의 대졸여사원의 공채계획은 삼성그룹의 여성전문인력 5백명,대우그룹의 인턴에서 사원으로 확정되는 1백여명만이밝혀졌을뿐 아직은 암중모색이다.
30대그룹의 인사관계담당자들은『아직 전체 공채규모가 결정되지않은 상태』라며 대답을 유보하는 형편이나 대졸여성의 경우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해 30대그룹이 공채로 뽑은 대졸여사원은 삼성그룹 3백50 명,한진그룹 2백50명,대우그룹 80명순이며 나머지 그룹들은 30명이하로 모두 합쳐도 1천명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이 숫자는 취업대기자들의 숫자에 비춰볼때 소수점 두자리 이하의 수치다.또 이들을성능이 나쁜 현미경으로만 들여다 봐 도 스튜어디스.비서직.소프트웨어직.디자인등 평소「남자의 몸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일」(?)로 치부돼온 직군에 70%이상이 몰려있다.
이렇게 대충 훑어본 지난해 대기업공채 현황만으로 우리나라 고학력여성들의 취업실태를 설명하려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며 위험한일이다.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우리사회 전반에깔려있는 고학력여성에 대한 폐쇄성-를 읽을 수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의 95%가 졸업후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중 80%정도가 평생직을 원한다는 것.그러나 지난해 이들의 전체 취업률은 대학원 진학을 포함, 39%였다. 이화여대 직업보도실 表慶姬실장은『과거에는 직장을 결혼할때까지 일시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평생직 개념으로 생각해 전문성.보수.승진등이 남성과 같은 조건인가를 많이 따진다』고 말한다.그러나 인력시장은 이와는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표면상이나마 남녀차별을 없앤 곳은 언론사등 극히 일부.대부분이 대기업으로 중소기업은 호봉.승진.업무배정등에서 남녀차별구조를 공공연화하고 있다.
그래서 세칭 일류대 여대생들은 입사를 원하면 들어갈 수는 있으나 남녀차별구조가 확고한 중소기업을 마다한다고 대학 취업담당관들은 말한다.
88년 명문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丁모양(28)은 한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업무배정에 불만,퇴직한 뒤 현재 패션디자인 학원에 다니고 있다.
『대학 3년때 미국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습니다.해외영업을 하고 싶어 대학시절동안 나름대로 준비해 왔습니다.입사시험점수도 좋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막상 발령이 난 것은 마키팅조사부였고,3년동안 단순히 업무보조적인 역할밖에 못 했습니다.
그래서 그만 두었지요.』 그는 기업은 여자가 남자보다 두배정도일하면 보통으로,가정도 포기하고 3~4배정도는 일해야 언젠가는승진도 가능한 무자비한 관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만 봐도 여성의 직종격리현상은 뚜렷하다.여성개발원 김태홍연구원의 최근 발표논문에 따르면 전문행정직 종사 여성들의대부분(72.4%)은 교사와 간호사,사무직종사여성의 57.8%가 계산기종사원,영업직은 도.소매경영자,업장판매 원이 대부분을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표참조) 고학력여성들이 전문직의 가능성을 찾아 취업을 위한 전문학원을 다니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물론 전공과는 상관 없다.입시학원을 제외한 사설전문학원수는전국적으로 3만5천여곳.종류도 디자인.컴퓨터.비서교육.광고디자인.편집학원등 다양 하다.예전에는 고졸자들이 많았던 미용학원.
제과제빵학원등에도 여대생들이 진출하고 있다.이런 전문학원을 다니기 위해 외국유학을 가는 학생들도 있다.「어학만이 살길」이라며 대학 재학중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이 경우 적게는 한달에 10만~20만원,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지출하고 있다.그렇다고 취업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대부분이 그대로 사장시키고 만다.고학력여성일수록 투자에 비해환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러나 사회는 아직 여성을임시직 또는 남성보조자 정도로 필요성을 느낀다.이 사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여성들의 잠재된 능력은 계속 사장될 것이며 남성들의 관성이 지배하는 낙후된 사회구조는 지속될 것이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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