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브랜드 전략-유행따라 상표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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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시판되고 있는 화장품들에 쓰여진 상표명을 가만히 들여다보자.「태평양 아모레 마몽드 UV화이트」「럭키 드봉 아티스테 그린 에센스」「가양 나드리코티 제스퍼 그린」등 한 제품에 자그마치 너댓가지의 상표가 붙어 있다.
『이래가지고 어디 상품 이름하나 외우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상품의 수명이 짧으면서도 성분.제품특징.사용연령에따라 상품차별화가 필요한 화장품업계의 성격상 어쩔수 없이 생겨난 브랜드 전략 때문이다.
「태평양크림」「럭키로숀」등과 같이 제조회사 명칭(하우스브랜드)을 아름다운 이미지가 생명인 화장품에 직접 붙일 수 없고 이때문에 각사는 아모레.주단학.드봉.나드리코티와 같은 그럴싸한 이름을 만들어 내게됐다.
그러나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유행때문에 2년주기로 짧아지는 상황에서 이 명칭을 제품명에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엄청난 광고비등을 들여 애써 정착시켜 놓은 상표만 날리는 셈이 되버리는 문제점이 대두됐다.
이 때문에 각사는 아모레와 같은 명칭은 그회사 화장품을 대표하는 명칭(패밀리브랜드)으로 자리매김시킨뒤 유행에 따라 쓰고 버리는 제품명(인디비주얼 브랜드)을 그밑에 또다시 도입했다.
실제로 태평양은 87년부터 현재까지 아모레라는 이름아래 순정.미로.마몽드와 같은 인디비주얼브랜드를 차례로 등장시켰고 럭키도 바이오젠.미네르바.아르드포.아티스테를 각각 주력 제품으로 번갈아 내놓으면서 광고 끝무렵마다「드봉」이란말을 잊지 않았다.
장군을 지키기 위해 병사가 희생한 셈이지만 이들 병사들은「용장밑에 약졸 없다」는 말처럼 개별싸움에서 장군의 후광을 입기도한다.동양맥주가「스카이」「수퍼드라이」와 같은 자사제품에 OB라는 말을 꼭 붙이는 것도 이같은 후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같은맥락으로 OB에 비해 다소 열세인「크라운」은 최근「하이트」와 같은 뛰어난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광고문안 어디에도「크라운」이란말을 전혀 쓰지 않았다.약한 장군은 병사에게 오히려 손해만 된다는 판단 때문이 아닐까 싶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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